[전략적 선택의 순간 (장수한. 유럽커피문화기행 152쪽)]

제목: 전략적 선택의 순간. 원하는 수준으로 볶았으면 신속하게 커피를 내려 식혀야 한다.

볶는 마지막 단계에는 늘 긴장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 마지막 순간은 극히 짧다. 커피 볶음기에 따라서 다르지만, 공장 로스터가 아닌 소규모 가게용 로스트인 경우 약 8분에서 길게는 2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중간 정도를 넘어서면, 커피의 부피가 늘어나면서 은피질이 벗겨지는 1차 파핑이 일어난다. 팍팍팍팍 소리를 내면서 커피 껍질이 터지는 소리는 커피 볶는 재미를 더한다. 볶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그 다음 몇 초 사이에 커피의 향미가 결정된다.

길게 볶으면 또 다시 한 번 파핑이 일어나는데, 모든 경우에 2차 파핑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신맛과 섬세한 단맛, 풍부한 아로마와 미각을 살려야 할 커피라면 첫 번째 파핑이 충분히 끝난 후 곧바로 내려야 한다. 늦어도 2차 파핑이 일어나기 직전에 볶기를 끝내야 한다. 커피를 식히기 위해서 드럼에서 냉각기로 내리는 순간에 2차 파핑이 일어나는 볶기 수준이면 충분하다.

힘이 느껴지는 바디감과 넓게 퍼지는 아로마와 미각을 원한다면 2차 파핑이 일어날 때까지 볶아야 한다. 이탈리아 남부는 물론이고 북부 지방 사람들이 선호하는 볶음 수준은 2차 파핑을 거쳐야 실현된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커피 향이 가게에 퍼지면서 색상의 변화가 눈앞에서 급속하게 진행되는 그 순간, 볶는 사람은 어떤 향미의 커피를 만들 것인가를 정확하게 선택해야 한다. 조금만 못 미치거나 조금만 더 지나치면 이미 커피는 자신이 원하는 맛을 내지 않는다. 이 절박한 순간이야말로 '전략적 선택의 순간'이다.

이 전략적 선택의 순간은 몸으로 체득해서 익혀야 한다. 커피 볶기라는 사부아르 페르(Savoir Faire. 만드는 방법에 대한 지식)는 그래서 도제수업을 거쳐야만 획득할 수 있다. 전략적 순간을 선택했다면 지체 없이 배출구를 열어 커피를 냉각기로 내린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식혀주어야 한다. 배출구에서 내려온 커피는 계속 발열 작용을 하기 때문에 빨리 식혀주지 않으면 아로마가 날아가 원하는 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로스터에는 식히는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좋은 로스터는 약 5분 안에 커피를 식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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