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8일 어떤 제자의 메일] 이준행 교수님께 교수님. 안녕하세요. 삼성서울병원 내과의국을 20XX년도에 마친 XXX입니다. 지금은 XX병원 XX내과에 있구요. 제가 인턴일 때, 저희 아버지께서 교수님께 ESD를 받으셨습니다. 제가 1년차일 때는 6서 병동에서 EGC로 ESD를 받으시는 환자들을 많이 만나뵈었구요. 이후 2년차, 3년차, 4년차 때에도 저는 주로 암이 진단되었다는 소식을 환자들과 보호자분들께 전해드리고 치료방침을 설명드리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위암 판정을 받으실 때에도 분명 충격이 컸지만 시간이 흘러서인지, 내시경시술로 현재 완치되셔서 건강하게 잘 지내셔서인지 동생이 위암 진단을 받으니 그 무게는 조금 달랐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지난 몇 년 간 젊은 환자들의 진행성 위암이 어떻게 악화되고, 삶을 힘들게 하는지를 봐서 그랬던 걸까요? 임상강사 XXX선생님께 연락을 받고, 외과 외래를 보고 나서도 환자들과 보호자분들께 수없이 설명했던 내용인데도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고 염려만 되었습니다. 제가 정신을 차렸던 날은 교수님 진료를 보러 갔던 날입니다. 이전에 제가 보았던 교수님께서는 늘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로 환자들을 안심시켜 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표정과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가 그동안 잘 몰랐었던 교수님의 진심어린 공감을 경험하고,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내과의사가 된지 저는 이제 막 7년차, 그것도 XX내과로 분과를 정하면서 제가 위암 환자들을 만나본 것은 손에 꼽겠지요.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몇 십년간 수천-수만명의 환자들을 보셨을텐데, 교수님의 외래 진료 시간동안 저를 향한 말씀은 정말 진심인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버지의 위암병력과 동생 병의 차이점, ESD의 적응증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주시면서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시고 위로해주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동생 입원 병실에도 다녀가신 줄 압니다. 큰 수술 후 여러가지 상황들로 지쳐있던 저희 어머니와 동생에게 교수님의 방문은 정말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제가 글주변이 없어서 제 마음을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의심할 것도 없는 교수님의 내시경 시술, 그리고 전공의와 전임의들을 향한 관심과 교육, 전국의 내과의사들에게 배움의 장이 되는 EndoTODAY, 병원의 안전을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일하시는 교수님의 열심에 더하여 교수님의 진심을 알게 되어서, 힘들었던 지난 5월이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동생은 지난 화요일에 퇴원하여서 저희 집에서 당분간 지내고 있습니다. 위치가 mid-body이긴 했는데 클립핑을 하고나서 subtotal gastrectomy가 가능하실 것 같다고 하셔서 결국 subtotal gastrectomy with billoth-I으로 수술 잘 해주셔서 지금은 식이 조절 중입니다. 체중이 많이 빠지고 식생활도 변화되어서 힘들겠지만 또 잘 적응하여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평범한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의사로 지내면서도 너무나도 보호자다운, 감성적인 글을 보내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교수님께 제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 메일 드립니다. 아빠와 제 동생을 잘 치료해 주신 것, 그리고 저희 가족의 마음을 만져주신 것 다시 한 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빠른 내시경보다 바른 내시경'. 교수님의 제자들이 단순히 내시경을 하는 능력 뿐 아니라 환자를 향한 마음도 교수님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동생 결혼하게 되면 한번 같이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자 XXX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