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많은 가이드라인이 개발, 발표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토픽에 대하여 기존에 없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몇 년 전 개발된 가이드라인이 보다 새로운 내용으로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하여 update 되는 예도 많습니다. 저는 가이드라인 개발 전문가는 아닙니다. 단지 우리나라 가이드라인 개발의 초창기부터 일정 부분 참여한 경험이 있고, 최근까지 몇몇 학회의 임원으로서 가이드라인 개발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으므로 나름대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이득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해악도 있습니다. Benefits, limitations, and harms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흔히 해악은 무시되는 경향이지만, 저는 이득과 동시에 해악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inside out이 중요합니다. Golden circle이라고도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는 우리가 왜 이런 일을 논하고 있는지, why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임상가들을 돕기 위한 것입니다.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regulation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딱딱하게 적용하면 환자에게 큰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가이드라인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심사와 평가의 항목에 합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임상가들이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에 대하여 삭감의 칼날을 휘두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과거에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법, 즉 문헌 근거와 함께 임상가들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는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이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영국과 캐나다에서 유행인 매우 복잡한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Meta 분석을 포함한 복잡한 방법론을 적용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는 가이드라인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근거가 부족하다고 아무런 지침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급한 문제는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시되기 십상입니다. 반대로 문헌 자료가 많은 서구의 문제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비일비재합니다. 실용성은 떨어지고 형식미만 돗보이는 가이드라인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Flexibility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학문적 사대주의, 영국에 치우친 편향적 사대주의를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영국이 우리의 모델일 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하여 여러 번 의견을 냈지만 소수 의견으로 묵살되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느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으셨습니까? 저는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꼼꼼히 읽어보는 편입니다만 아직까지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이드라인은 25년 전 대한 Helicobacter pylori 연구회의 가이드라인입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가이드라인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매우 좋습니다.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암에 대해서는 2004년도 일본 가이드라인이 참 좋았습니다.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저희 병원 소화기내과 fellow 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좋은 가이드라인은 무엇입니까? 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가이드라인이라기보다는 리뷰에 가까운 형식입니다. 보통 의사에게 가장 좋은 가이드라인은 이런 모습일 것입니다. 나의 고민을 덜어준다. 읽으면서 배울 수 있고, 그 결과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된다. 서양의 현실보다는 우리의 현실에 적합하다. 서양의 문헌근거보다는 우리의 expert opinion이 잘 정리된 guideline이 도움이 됩니다. 오래 전 NSAIDs에 대한 가이드라인 작업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메세지는 simple했습니다. 이번에 새 가이드라인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