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ous / Next

[20120211. Complications of EMR/ESD (37): Bleeding (1)]

천공 마지막 편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하였습니다. /천/공/은/무/섭/지/않/다/출/혈/이/무/섭/다/

이제는 출혈입니다. 사실 저는 출혈이 무섭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1) 환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의사도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이유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ESD를 처음 배우던 시절, 저는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오후에 ESD를 한 환자가 새벽 1시에 대량 출혈을 하였습니다. 밤중에 전화를 받고 병원에 달려가 지혈술을 하였습니다. 다음날 출근길에 병원 앞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조수석 앞이 심하게 손상된 소나타 승용차가 제 차입니다. 깜박 졸고 신호위반 상태로 좌회전을 하였는데 직진하는 차량과 충돌하였던 것입니다. 6-7년 전 일인데 견적만 600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ESD 후 출혈은 예고없이 언제나 발생합니다. 응급출동하는 의사가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혈이 무섭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012년 1월 23일, 음력 1월 1일 오전입니다. 새해 첫 결심은 "항상 높임말을 쓰자"입니다.

며칠 전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생 사은회에 다녀왔습니다. 졸업생들에게 한 마디씩 덕담하는 시간에 저는 "환자에게 높임말을 쓰는 의사가 되자"고 말했습니다. 환자를 하대하는, 그것도 자기보다 나이 많은 환자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차마 의사가 할 행동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문득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높임말을 써야 하는 순간을 얼렁뚱땅 넘어간 적은 없었던가. EndoTODAY부터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후배 의사들에게 보내는 글에 높임말을 쓰지 않다니... 크게 반성하였습니다.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Facebook으로 소식을 전해오는 송상용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글을 소개합니다.

[나눔]

모랫더미 위에 앉아 한 아이가 또 다른 한 아이에게 리코더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아마 먼저 배운 아이가 또 배우고 싶어하는 다른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나눔’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이들은 무엇을 나누고 있는가. 돈도, 빵도, 옷도 물질적인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 무엇인가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나눔이 결코 물질적인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달아봅니다.

내가 먼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 내가 할 줄 아는 것을 다른 이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내가 먼저 얻은 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어 갖는 것….나는 나눌 것이 없는 것만 같았는데 그러고 보니 나눌 것이 넘치도록 많았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이 아이들이 제게 가르쳐줍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눈빛만 보면 부끄러워 지나봅니다. 가진 것이 너무 많은 것만 같아 미안해 지나봅니다. 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할 것들을 저 혼자 다 갖고 있는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나봅니다.

이제 제가 가진 것들을 조금씩 나누어야겠습니다.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들을 이쯤에서 멈추어야겠습니다. 이제 마음에서 맴돌던 그 다짐들을 행해야겠습니다. 저의 그 작은 나눔이 이 아이들에게 한 조각의 빵이 되고, 희망이 되어 이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어놓을 수 있는 힘이 된다니 놀랍기만 합니다.제가 한 생명을 살리고, 그의 미래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었다니….

나누면서도 제가 더 풍요로워짐을 느낍니다. 제 것을 나누어주었는데도 아무것도 줄어들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나눌 것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나눔은 참 신기한 요술 항아리입니다. 게다가 제 마음에 기쁨과 행복까지 선물로 주니 아무래도 이 나눔은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비밀열쇠인 것만 같습니다.

- 톤즈의 이태석 신부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