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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퇴근하시네요]

바쁩니다. 많이 버렸지만 더 많이 들어옵니다. SNBD (say no by default)를 전략이랍시고 사는데도 도무지 일이 줄지 않습니다. 이 몸이 타고 있습니다. 김수영 시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나를 태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욕심, 욕심, 욕심.

좀 더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욕심을, 분에 넘치는 욕심을, 탐욕을...

오늘은 이렇게 보냈습니다. 5시 30분 기상 -- 30분 독서 (강신주가 쓴 '김수영을 위하여') -- 간단한 맨손 체조 -- 신문보며 아침 식사 -- 이메일 몇 개 보내기 -- 출근 -- 어제 입원한 환자 의무기록 확인 -- 오전 회진 -- 내시경 시술 1개 (ESD) -- 진단 내시경 1개 (EGD) -- 내시경 시술 1개 더 (gastric polypectomy) -- 내시경 시술 1개 더 (ESD) -- 내시경 시술 1개 더 (ESD) -- 마지막 시술이 늦어져 2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여 미안하다는 메세지 보냄 -- 점심은 시간이 없어 못 먹음 -- 학생 면담 -- 당일 시술 환자 회진 -- 약대 실습학생 대상 강의 2시간 -- 오늘 입원한 환자 회진 -- CVR (critical value report) 환자 4명 의무기록 검토 및 담당 간호사에게 메일 보내기 -- 퀄리티혁신실 회의결과 보고 받음 -- 타 대학 교수님으로부터 Taenia solium인데 praziquantel로 호전되지 않은 환자에 대한 질문을 받음 -- 관련자료 찾아본 후 niclosamide에 대한 약품정보 문의 메일 보냄 -- 내일 오전 외래 환자가 70명이라는 메일을 받음 (빨리 내려오라는 뜻일까?) -- 위암 가이드라인 영문화 작업에 대한 2개의 feedback을 반영한 최종 원고를 corresponding author에게 보냄 -- 곧 있을 국제 학회 관련 회의자료 잠깐 검토 -- 퇴근

녹초가 되어 7시 15분에 짐을 싸서 퇴근을 하였습니다. 퇴근 길 복도에서 어떤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제게 이런 말을 던지시더군요. "일찍 퇴근하시네요." 맙소사. OMG.

저녁 밥도 못 먹고 퇴근하면서, 아침 7시 45분 도착하여 일초도 쉬지 않고 4만 1천 4백초(11.5시간 x 60분 x 60초) 동안 일하고 퇴근하면서 그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슬퍼졌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도 노트북 앞에 앉아서 몇 개의 메일을 처리하고 목요일 지방 출장 기차표를 샀습니다. 그런데 또 메일이 오는 군요. 도대체 왜 이러고 사는지... 늦은 저녁이라도 집에서 먹고자 했던 제 마음이 욕심이었나 봅니다. 분에 넘치는 욕심이었나 봅니다. 탐욕이었나 봅니다.

/좀/더/버/리/자/

2014.2.24. 이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