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3. More about biopsy (2): Digital vs analog]
환자를 진료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환자와 질병만 보고 치료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환자의 분류를 고려해야 합니다. 병에 대해서 아무런 질문도 없다가 보험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물어보는 환자도 많습니다. Code가 무엇인지, 암등록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산정특례에 해당하는지 등등... 아래와 같은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고도선종 환자: 암인가요? 아닌가요?
의사: 글쎄요. 암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환자: 아니,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습니까? 당신, 의사 맞습니까? 의사가 암인지 아닌지도 모르면 누가 안다는 것입니까?
의사: 잘 모르겠으니 모른다고 말씀드린 것인데요.
환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의사: 그러면 의사가 환자에게 거짓말을 해야 합니까? 그런데 그게 왜 중요하요? 치료도 비슷한데...
환자: ...
보호자: 몇 년 전에 암보험에 들었는데요, 암이면 3000만원을 받을 수 있어서...
의사: 아... 그런 사정이 있으시군요. 눈으로 보기에는 암처럼 보이지만 조직검사 판독결과가 '고도선종'이므로 아직 암으로 진단할 수 없습니다. 내시경 치료 후 암으로 진단이 바뀔 가능성이 33%정도 됩니다.
환자: 그럼 경계성 종양인가요?
의사: 저희가 쓰는 용어는 아닙니다.
현상은 analog인데 질병코드나 보험급여는 digital일 수 밖에 없으니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어령 교수가 말씀하신 digilog의 지혜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