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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에 대하여 - 코드는 학문이 아니고 행정이다]

Position statement (2016-7-30): 모든 상황에 일관성있는 코드를 부여하는 체계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질병은 코드보다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ICD는 생각만큼 정교하지 않습니다. 학문 발전을 돕기 위한 엉성한 체계일 뿐 돈문제를 위한 정교한 체계가 아닙니다. 의사가 부여하는 코드를 통하여 돈문제에 접근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코드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드에 의존하는 엉성한 급여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으나) 보험사는 환자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엉성한 코드 체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의사들은 질병을 공부할 시간에 코드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환자가 불쌍합니다. 정부는 코드에 대한 원칙을 제시해야 합니다. 보험사는 코드를 이용한 상품 판매를 중단해야 합니다. 환자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1. 코드에 대한 단상 1 (2014)

코드는 분류입니다. 이상적인 분류법은 (1) 경계가 명료하고, (2) 교집합이 '0'이고, (3) 합집합이 '1'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질병분류코드는 좋은 분류법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경계가 불분명하고, 교집합이 크고, 빈 틈이 많습니다. 경계가 불분명하면 어느 코드가 좋을지 애매해지고 (자료), 교집합이 있으면 한 질환에 두개 이상의 코드가 가능합니다 (자료). 빈 틈이 있어 딱 맞는 코드가 없는 질환이 적지 않습니다.

질병분류코드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질병분류코드를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해서 생긴 문제일 뿐입니다.

질병분류코드는 정책 결정을 돕기 위한 대강의 질병 통계를 구하는 macroscopic tool입니다. 망원경 같은 도구입니다. 대강의 질병통계라는 목적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엄밀성은 낮지만 flexible 하기 때문에 대체적인 윤곽을 잡는데 유용합니다. "음... 10년 전에 비하여 위암이 20%가량 증가하였군..." 정도의 결론만 얻어도 충분하니까요. 분류가 애매한 사례가 있더라도 적당히 가까운 쪽에 넣으면 그만입니다. 대충 틀려도 큰 그림을 잡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질병분류코드는 본래의 목적에 잘 맞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이처럼 훌륭한 도구를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단에 사용할 도구를 개인에게 적용하다보니, 즉 macroscopic tool을 microscopic하게 사용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코드가 돈과 연결된 후부터는 문제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암인지 아닌지 애매한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암 의심이나 확진이 안 된 경우 혹은 암 직전 단계의 환자에게 의사는 최적의 치료를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환자(혹은 보험공단)는 치료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였습니다. 결론이 애매해도 상관없던 시스템이었습니다. 무척 잘 굴러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에서 암이면 몇 %를 깎아준다는 정책을 세웠습니다. 암이면 어떤 검사를 처방할 수 있고 암이 아니면 그 검사를 처방할 수 없다는 규정도 만들었습니다. 모든 일이 코드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참을만 했습니다. 병원이 코드 문제로 삭감당하는 일이 있었지만 환자에게 큰 이해득실은 없었습니다. 아주 소수의 환자에서만 문제가 되었습니다.

10년쯤 전입니다. 정부의 업무 스타일(=모든 것을 코드로 결정)을 보험회사가 흉내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돈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입니다. "암 진단이면 5,000 만원 줍니다"와 같은 보험상품을 판매한 것입니다. 암이 로또가 되었습니다. 2010년에 벌써 가구당 평균 3.8개의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고, 월 평균 23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료). 그 결과 건강 문제가 로또로 바뀌었습니다. 갑자기 코드가 중요해졌습니다. 의사들만의 관심사였던 코드에 환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습니다. 모든 국민의 일이 되었습니다. 문득 암 의심인지 암 확진인지가 중요해졌습니다.과거에는 진단서에 "암의심"이라고 쓰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쓰면 환자들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암이라는 말입니까? 아니라는 말입니까? 암이라고 써 주면 안 됩니까? 제가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요..... " 의학적으로는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직 돈문제일 뿐입니다. 실비보상 문제가 아닙니다. 로또 문제입니다.

의사는 진실을 말하라고 배웁니다. "암이면 암이다. 암이 아니면 암이 아니다. 암의심이면 암의심이다."라고 배웁니다. 그런데 배운대로 말할 수 없으니 답답한 일입니다. 암의심이라고 말하면 환자와 보험회사와 정부가 만족하지 못하니 의사로서는 환장할 노릇입니다. 회색을 회색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흰색인지 검은색인지 둘 중 하나로 답하라니 미칠 지경입니다.

의사의 業은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입니다. 로또 당첨금을 안겨주는 것은 의사의 業이 아닙니다. 왜 이것을 의사에게 강요하십니까? 진료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환자보는 시간을 줄여서 진단서를 쓰고 있는 제 모습이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과거력을 물어보고 싶은데, 가족력을 물어보고 싶은데,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싶은데, 생활의 주의점을 알려드리고 싶은데, 다 생략하고 진단서를 씁니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조심조심 진단서를 씁니다. 5,000만원이 왔다갔다 하니까요. 이런...

저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질병분류코드를 원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려면, 즉 망원경을 현미경처럼 사용하려면 적절한 가공을 거쳐야 했습니다. 물론 백성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였겠지요. Populism이라고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이 너무 많이 들어났습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과거를 고치기 바랍니다. 官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물론 民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1) 경계를 명료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 애매한 경우 어떻게 한다는 규정이 필요합니다. (2) 교집합을 없애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즉 한 질환에 두 코드가 가능할 때 어떤 코드를 택한다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3) 합집합을 '1'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즉 적당한 코드가 없을 때의 대응책도 빠질 수 없습니다. (4) 보험회사들의 영업이 적절한지 지휘감독도 하셔야 합니다.

구체적 방안으로 판례집 제작을 제안합니다. "대장용종을 제거한 후 조직검사가 나오기 전까지 K635, 조직검사 결과가 adenoma로 나오면 D12.6, serrated adenoma로 나오면 D12.6, hyperplastic polyp으로 나오면 K635"와 같이 구체적인 사례들을 각주로 모아 책자를 만들기 바랍니다. 정부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하나의 version이 있어야 혼란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병원이나 학회에서 따로따로 만들면 혼란만 커집니다.

의사도 질병분류코드를 공부해야 합니다. 특히 질병분류코드의 성격을 공부해야 합니다. 질병분류코드는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행정의 영역입니다. 정확한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시스템이 stable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문은 계속 바뀝니다. 새로운 결과가 쏟아집니다. 최근 연구성과에 따라 코드의 해석이 달라져서는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습니다. 코드 문제를 자신의 학문적 소신에 따라 마음대로 해석하지 마시십시요. 행정적 필요에 따라 정해진 코딩 원칙을 존중합시다. 다 환자를 위한 일입니다. 동시에 의료진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요약합니다. 정부는 현 질병분류코드의 한계를 인정하고 빨리 다듬기 바랍니다. 의사는 질병분류코드의 행정적 성격을 이해하고 코딩 원칙을 지키기 바랍니다. 보험회사는 부적절한 상품개발을 중단하십시요.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싶습니다. 진단서를 쓰기보다는 진찰을 하고 싶습니다.


2. 코드에 대한 단상 2 (2014)

(1) 코드는 학문이 아니라 행정입니다. 코드 시스템의 핵심은 안정성(stability)입니다. 돈문제가 걸려있어서 더더욱 그러합니다 (암보험은 잘못된 제도입니다). 용어를 명확히 정의하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코드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학문영역의 개념 변화가 realtime으로 반영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면 안정성이 깨집니다. 학문영역의 특징은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코드는 정답 혹은 진리가 아니라 합의입니다. 새로운 연구 성과에 따라 매달 혹은 매년 코드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는 일 아닐까요? 한번 코드를 정하면 몇 년 후 코드 체계를 개정하기 전까지 동일한 원칙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게 안정성입니다.

(2) 코드는 현재입니다. 한 두 증례 때문에 코드의 원칙이 훼손되면 곤란합니다. D 코드를 주는 것이 당연한 질환인데 어떤 비슷한 환자가 몇 년 후 재발하여 전이를 보였다는 이유로 모든 경우 C 코드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현재 D 코드인 환자 중 일부는 언젠가 C 코드로 바뀝니다.

(3) D 코드는 '암이 아니다'가 아닙니다. D 코드는 uncertain biological behavior를 포함한 개념입니다. D 코드 중 일부는 나중에 암이 됩니다. Uncertain은 그런 의미입니다. 일부가 나중에 암이 될 수 있다고 모두 C를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암의 의미도 그렇게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3. 장기별, 질환별 coding 이슈

1) 식도: Carcinoma in situ in esophagus (2013년 1월 12일 EndoTODAY) - Esophageal carcinoma in situ는 병원 행정에서 D00.1로 코딩하고 있습니다 (2013-2-8).

2) 위: Government regulation on ESD (2012년 8월 14일 EndoTODAY)

Personal proposal for code of gastric neoplastic lesions (version 2015-12-5)
DiagnosisCode설명
Gastric adenoma, low grade dysplasiaD13.1종양이지만 암은 아닙니다.
Gastric adenoma, high grade dysplasiaD13.1종양이지만 암은 아닙니다.
Gastric carcinoma in situ?통일된 의견이 없습니다.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Gastric intraepithelial carcinoma?통일된 의견이 없습니다.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Gastric carcinoma, lamina propriaC16위에서 lamina propria cancer는 명백한 암입니다. 대장에서 lamina propria cancer는 암은 암인데 암이 아닌 것으로 봅니다. 대장에서는 D code이고 위에서는 C code입니다.
Gastric carcinoma, muscularis mucosaC16위에서 muscularis mucosa cancer는 명백한 암입니다. 대장에서 muscularis mucosa cancer는 암은 암인데 암이 아닌 것으로 봅니다. 대장에서는 D code이고 위에서는 C code입니다.
Gastric carcinoma, submucosal invasionC16위와 대장 모두 C code입니다.

3) 대장: Colon hyperplastic polyp (2012년 11월 26일 EndoTODAY)

Clin Endosc 2015 - 이준행 의견: 2017년 초까지는 '대장 adenoma with HGD에 D01을 부여하는 것은 다소 우려스럽다(참고: EndoTODAY FAQ on code)'는 입장이었으나 병원 내 대장팀 전문가들과 논의 후 2017년 중반부터는 전문가 의견(Clin Endosc 2015)에 따라 대장 adenoma with HGD는 D01을 부여하기로 하였습니다.

4) 유암종: Carcinoid

Clin Endosc 2015


[References]

1) EndoTODAY FAQ on code

2) EndoTODAY 보험

3)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 (2015, 대한의사협회)

4) [2014-1-29. 프레시안] 박근혜 정부, 환자 가계 파탄 막을 수 없다 (링크 2)

"국민 의료비 중 가계 부문의 지출은 35.2%에 달한다. OECD 평균인 19.6%보다 약 1.8배 높은 수준이고, OECD 34개 회원국 중 가계부담률 수준이 3위이다. 이에 따라 의료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우리 국민의 70%가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한국의료패널 자료에 의하면, 2010년 기준으로 현재 가구당 평균 3.8개의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고, 월 평균 23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5) 코드 심포지엄 (2014 내시경학회 세미나)

7) EndoTODAY 디지털과 아나로그

8) EndoTODAY Carcinoma in situ - 중앙 암등록본부에서 stomach high grade adenoma(D13.1)을 in situ로 간주하여 D00.2로 바꾸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소문을 듣고 (한 질환 두 코드)

9) EndoTODAY D-코드 - 내과의사는 'D-코드 = benign'으로 생각하고 병리의사는 'D-코드 = uncertain biologic behavior'로 생각한다. Uncertain 하다고 모두 C를 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10) EndoTODAY Suggestive는 암인가 아닌가?

11) EndoTODAY 암과 암이 아닌 것의 분류 (EndoTODAY 20130112)

12) EndoTODAY 코드에 대하여 어떤 실무자 의견 (2014)

13) EndoTODAY 대장 adenoma with HGD의 코드

14) EndoTODAY 대장 용종 코드에 대한 대토론

© 일원내시경교실 바른내시경연구소 이준행. EndoTODAY Endoscopy Learning Center. Lee Jun Ha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