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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R (critical value report)]

오늘 아침 신문에서 무척 안타까운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어떤 군의관이 결과지를 보지 못해 환자의 진단이 크게 늦어졌다고 합니다. 내용인 즉슨... 영상의학과 군의관이 건강검진 X-ray에서 9 cm 종양을 발견하고 그 내용을 진료기록카드에 남겼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확인하는 가정의학과 군의관이 그 내용을 보지 못했습니다. '합격'으로 판정되었고 7개월 후 종양이 15 cm로 커졌고 여러 장기에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면 모든 것을 가정의학과 군의관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한 해 7,000명 건강검진 결과확인을 군의관 1명에게 의존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정의학과 군의관이 고의로 놓쳤겠습니까? 다 실수입니다. 의사의 실수는 중요합니다. 의사의 실수때문에 환자가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습니다. 물론 그 군의관이 잘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군의관을 처벌해도 같은 일은 반복될 것 같습니다. 근본원인에 대한 고려없이 누군가를 fingering 한다고 시스템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근본원인은 critical value 관리를 소홀히 한 허술한 시스템입니다. 중요한 소견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젊은 병사에서 9 cm 종양이 발견된 상황이라면 진료기록카드에 "9 cm 종양"이라는 기록을 남기는 것은 적절한 조치의 아주 일부일 뿐입니다. 진료기록카드에 "9 cm 종양"이라고 쓰면서 동시에 이 엄청난 소견을 동료에게 알리고 상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이를 CVR (critical value report)라고 합니다. CVR 담당자는 이 결과가 잘 확인되었는지,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었는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와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CVR 시스템이 없다면 당장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소통의 문제입니다. Communication 문제입니다. 당사자를 처벌하고, 잘 해보자고 다짐한들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고는 반드시 재발합니다. 또 다른 환자가 죽고 말 것입니다.

나는 말했는데 남이 듣지 못했다면 말한사람이 잘못일까요, 듣지 못한 사람이 잘못일까요? 남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입니다. 이것이 CVR입니다. 이상 소견이 보이면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지요.

CVR은 검사결과관리의 핵심 시스템입니다. 기본 중 기본입니다.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다른 사람이 보는 영역은 크게 다섯 곳입니다. (1) 영상의학과, (2) 병리과, (3) 진단검사의학과, (4) 핵의학과, (5) 내시경실입니다. 모든 검사결과에 CVR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가장 먼저 필요한 곳이 다섯 곳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검사를 판독하는 사람이 어떠한 기준에 따라, 혹은 의사로서의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 알려야겠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CVR로 관리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면 가정의학과 군의관의 실수는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CVR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검사결과 보고방법을 표준화하고, CVR 등록 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CVR 대상자의 관리체계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검사결과를 통보받는 쪽도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합니다. "암이라고 알고 있는데 왜 또 알리냐?"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CVR 시스템은 금방 망가집니다. CVR은 specificity보다 sensitivity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노이즈는 어쩔 수 없습니다. 약간 불필요한 CVR 증례가 보고된다는 이유로 CVR 전체를 무너트리면 안 됩니다. 검사결과를 내는 者, 검사 결과를 받는 者가 함께 노력하여 좋은 CVR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환자를 위해서입니다.

병원에서 CVR 시스템을 갖추기 전이라도 우리들의 노력으로 상당부분 커버할 수 있습니다. 가슴 X-ray에서 9 cm 종양을 발견하면 결과지에 기록하면서 동시에 해당 의료진에게 중요한 소견이 발견되었음을 전화로 알려주면 됩니다. 내시경에서 예상치 못한 대장암이 발견되면 결과지에 기록하면서 동시에 병동 주치의에게 전화 한 통 넣어주십시요. 병리 슬라이드를 보다가 위궤양으로 생각하였던 환자에서 암이 나왔다면 해당 주치의에게 전화로 알려주면 좋습니다. 전화가 어려우면 메일이라도 보내십시요. 환자안전을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환자 중심의 시스템을 만듭시다.

2014. 3. 11. 삼성서울병원 환자안전 담당교수 이준행


[Cases]

[2017-5-25. 목요내시경집담회 증례]

CVR (critical value report)을 아십니까? 진료 중 특이한 사항이 발견되면 미리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실수를 막기 위한 절차입니다. 물론 다들 결과를 잘 챙기겠으나 급히 알려야 하거나 중요한 결과는 미리 따로 알려주면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최근 어떤 훌륭한 fellow 선생님께서 외과환자의 위내시경 도중 위암을 발견하여 저에게 사내 메일을 통하여 미리 따로 알려주셨습니다. 진료에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상황을 파악한 후 외과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실수도 막을 수 있고, 진료도 매끄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알려드립시다. 환자를 위하여 착한 간섭을 합시다. CVR 말입니다.


[2017-6-15]

병리과와 내과의 communication은 매우 중요합니다. 병리과에서 중요한 결과를 냈는데 내과에서 확인이 늦어지면 환자에게 불필요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병리과 교수님들으로부터 "환자가 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EBV-positive"로 진단되었습니다. 외래 날짜가 멀리 잡혀있어 교수님께 알려드립니다."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감동입니다.

즉시 환자 상태를 다시 확인하였고, 병리과 교수님께 감사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럴 때는 손편지가 제격입니다.

중요한 정보는 알리고 또 알립시다. 알고 있어도 다시 한번 알리는 것이 환자안전입니다. CVR을 생활화 합시다.

© 일원내시경교실 바른내시경연구소 이준행. EndoTODAY Endoscopy Learning Center. Lee Jun Ha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