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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다 믿어도 될까?]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행

60대 남성이 갑자기 종이컵 3개 분량의 피를 토하여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환자는 매우 창백한 상태였고 혈압은 낮아 위중한 상태였다. 수액주사를 포함한 응급처치와 혈액검사 후 급히 내시경로 보내졌다. 응급으로 시행한 내시경검사에서 위에 큰 궤양이 있었고 그 중앙의 혈관으로부터 소량의 출혈이 지속되는 것이 발견되어 내시경 치료가 시행되었다. 조직검사가 시행되었고 암은 아니고 헬리코박터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2일간의 금식을 포함하여 4박 5일의 입원치료 후 퇴원할 수 있었다.

건강하던 환자에게 왜 갑자기 위궤양 출혈이 발생하였을까? 환자는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았고, 건강과 관련된 신문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을 꼭 챙겨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 아스피린에 대한 기사를 일고 난 후 부쩍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중, 아스피린이 심장이나 혈관질환의 예방뿐만 아니라 암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권고치를 약간 초과하는 체중 때문에 정기적인 운동을 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심장질환이나 혈관질환을 앓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이라고 소개되는 아스피린의 효능을 듣고 “나도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스피린을 하루 한 알 복용하기 시작한 것이 3달 전이었다. 기분인지 모르겠으나 왠지 몸이 가벼운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웠다. 그러던 중 갑자기 위궤양 출혈이 발생한 것이다.

위궤양은 헬리코박터 감염을 가지고 있거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혹은 아스피린 등을 복용하는 환자에서 발생률이 높다. 위 환자처럼 헬리코박터 감염이 없는 사람에서 갑자기 위궤양 출혈이 발생하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아스피린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약제에 따라 차이가 큰 편이지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 1년 이내에 약 30%에서 위궤양이, 약 1%-2%에서 위나 십이지장 출혈이 발생한다. 아스피린은 소염진통제로서의 효과뿐만 아니라 혈소판 억제, 종양 성장 억제 등 여러 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뇌졸중을 앓은 병력이 있는 경우, 동맥경화증으로 몇 가지 치료를 받은 경우 등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러나 특별한 건강상의 이유가 없는 사람이 막연히 신문이나 방송 혹은 인터넷 등의 건강정보를 보고 무분별하게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경우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건강정보는 잘 이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잘 못 이용하면 위 60대 남자 환자처럼 큰 고생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에 위협이 올 수도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건강정보, 혹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건강정보에 현혹되어 꼭 필요하지 않은 건강행위를 하였다가 큰 손해를 본 경우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잇다. 한 예로 2008년 10월에는 아토피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생후 3개월부터 우유와 육류를 끊고 야채죽만 먹여 영양실조가 된 아이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어딘가 아픈 사람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듣게 되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치료를 받았다. 질병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궁금해도 알기 쉬운 책도 없고, 딱히 물어볼 사람도 드물어 주변 지인의 경험담에 의존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신문, 잡지에는 건강 정보가 넘친다. TV에는 건강을 주제로 한 토크쇼가 유행일 지경이다. 인터넷은 말할 나위가 없다. 넘치는 건강정보, 어디까지 믿어야 할 것인가?

누구나 건강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질병을 가지게 되면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의사가 내게 이야기 한 그 질병이 도대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치료법은 있는 것일까?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을까? 완치는 되는 것일까? 누구를 찾아가지? 뭘 먹을까? 물어볼 것은 많은데 의사는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진료시간은 딱 3분. 도대체 그 시간에 뭘 물어본다는 말인가?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인터넷을 찾아본다. 신문을 뒤적인다. 서점에도 가 본다. 너무 많은 정보들. 다 믿어도 될 것인가?

몇 년 전부터 건강검진이 보편화되었다. 웰빙, 힐링열풍까지 더해져 멀쩡하던 사람도 병원을 찾아 자기 몸을 구석구석 검사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실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은 후 100 퍼센트 정상이라는 합격통보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어딘가 뭔가가 정상치를 벗어난다. 혈압이 약간 높거나, 중성지방이 높거나, 간에 물혹이 있다거나…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대책은 무엇일까? 건강하기 위하여 검사를 받았는데, 걱정거리만 늘고 막상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정확한 방향을 알 수 없다. 그래서 건강서적을 찾게 되고 인터넷을 뒤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천국이다. 가구별 인터넷 보급률은 2006년 78.4%에서 2011년 81.8%로 매년 0.2~0.6%씩 상승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의료정보 이용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많다. 잘못된 정보는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로 연결되기 쉽다. 인터넷을 통하여 부적절한 공포심을 갖게 되면,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여간해서 원래의 마음상태로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하여 환자나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의료 정보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교육적 혹은 자료적 의미에로 제공되는 의료정보이다. 질병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 진단법, 치료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단순한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특정 의료기관의 치료를 유도하는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각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의학정보는 대부분 이러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가나 의학단체 등 공공기관이 의료정보제공자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상담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의료정보이다. 보다 일반적인 내용이 다뤄지는 추상적 의료상담과 보다 상세한 정보가 오고 가는 구체적 의료상담이 포함된다. 환자의 치료경험이 인터넷에서 떠도는 예도 매우 많다.

시간이 지난다고 인터넷 의료정보의 질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기관이나 학회에서 질 좋은 의료정보를 직접 만들어야 하고, 검색엔진으로 쉽게 찾을 수 있게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사적 영역에서 무분별하게 생성되는 인터넷 의료정보의 질을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열악한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 환자들이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과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들은 의료기관 방문 전이나 진료 후 인터넷을 검색하여 아쉬운 점을 달래고 있는 현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간적, 시간적, 경제적 이유로 아예 의료기관을 찾지 않고 인터넷을 통하여 자신의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의료정보를 통하여 환자가 자신에게 도움되는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이다. 3차 의료기관의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가까운 거리에서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학적 궁금증이나 건강문제가 생긴 경우 인터넷을 찾거나 스스로 해결하기 보다는 의료기관을 찾아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가까운 의료기관을 정해놓고 단골이 된다면 보다 질좋은 진료가 가능하다.

신문이나 방송, 혹은 인터넷을 통하여 멀리서 답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단골 병원에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