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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전]

1. 환자안전은 의사가 직접 챙겨야 합니다.

제가 내과 레지던트 3년차 시절에 경험한 사례입니다. 매달 세부전공을 바꿔가며 교육훈련을 받던 시절입니다. 혈액종양내과를 돌던 어느 날 교수님 외래에서 처방전을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전자차트가 도입되기 이전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종이차트에 항암제의 용량과 용법을 쓰면 저는 처방전에 그대로 옮기는 단순한 업무었습니다. 흔히 오더 리피트(order repeat)라고 합니다. 폐암환자의 항암치료 처방전을 작성하던 중 그만 큰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교수님께서 어떤 항암제를 'day 1, 8'에 주도록 차트에 쓰셨는데, 제가 그만 'day 1 - 8'로 옮겼던 것입니다. 오늘 한 번 약을 주고 일주일 후에 다시 한 번 추가하는 스케쥴이었는데, 그 환자는 8일간 계속 같은 약을 맞고 말았습니다. 원하던 용량의 4배가 단기간에 투여된 셈이었습니다. 환자의 백혈구는 0(zero)이 되었고, 폐렴이 발생하여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가까스로 회복되었습니다. 쉼표(,)를 하이픈(-)으로 잘 못 쓴 사소한(?) 실수때문에 환자는 거의 돌아가실 뻔 했습니다. 의사의 작은 실수가 환자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환자안전은 의사가 직접 챙겨야 합니다. 항암제를 4배나 맞았던 그 환자는 사실 같은 처방을 3번째 맞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달도, 그 지난 달도 일주일 간격으로 두번 투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병원에서 8일간 매일 항암제를 맞으라고 처방을 해 주었습니다. 환자도 처음에는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내 곧 "병원에서 알아서 해 준 것이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매일 약을 맞았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아무도 챙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환자는 병원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었는데, 의사는 환자에게 몹쓸 짓을 하고 만 셈이었습니다. 그 환자는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의사에게 한 마디도 묻지 않았습니다. 최근 많은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나 문의하십시요"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환자는 의사에게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환자안전은 의사가 직접 챙겨야 합니다.


2. 환자안전문화

우리는 어떻게 환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 수 있을까요? 병원은 무척 복잡한 곳입니다. 복잡계(complex system)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공항과 병원이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병원이 공항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다들 전문영역에서 남들이 알지 못하는 일을 하는 곳이 병원입니다. 병원 본부에서 아무리 큰 눈을 뜨고 지켜본들 구석구석 잘못된 부분을 가려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병원은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히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문제라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소를 잃더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합니다. 이번에 고치지 않으면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선견지명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후견지명(後見之明)도 중요한 곳이 병원입니다. 실수로부터 배우기 위해서는 실수가 잘 드러나야 합니다. 병원의 환자안전팀에 사례가 빠짐없이 보고되어야 합니다.

진료과정의 실수인 환자안전사례가 상부로 잘 보고되기 위해서는 환자안전문화가 중요합니다. 이 사례를 보고함으로써 혹시 내가 꾸중을 듣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문화에서는 실수로부터 배울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꾸중하지 않는 문화, no blame policy가 필요합니다. 병원직원은 누구나 환자에게 고의로 해를 입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선의를 가지고 환자에게 좋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을 뿐입니다. 환자에게 잘못된 결과가 발생하면 의료진은 스스로를 탓하기 마련입니다. 누구보다도 본인의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질책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습니다. 사실 개인이 잘못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실수의 근본원인이 시스템의 약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에 대한 꾸중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모든 실수를 보고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정성껏 개선방향을 찾아가다보면 병원은 안전해집니다. 물론 no blame policy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퀄리티혁신실 QPS팀 (Quality and Patient Safety Team)에서는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경우와 환자안전사고를 감추려는 시도, 이 두 가지를 no blamen policy의 예외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의료진 개인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에 반대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잘 하려다가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실수를 탓하는 것은 아무런 개선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필요합니다. 만약 모든 절차가 상세히 정의되어 있다면 스스로 실수할 확률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동료가 그 실수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세명의 의사가 같은 시술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하고 있다면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어디가 잘못되고 있는지 알아낼 도리가 없습니다. 원래 그런 것인지 실수로 잘못되고 있는지 구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명의 의사가 같은 시술을 동일한 방법으로 시행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작은 실수도 금방 눈에 띄기 마련입니다. 표준화가 되어야만 비로소 독립적인 검증(independent check) 절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표준이 있어야 변이를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표준화를 위한 중요 방법론으로 CP (clinical pathway)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CP의 목적은 (1) 표준화를 통한 환자안전도 향상, (2) 효율성 개선, 그리고 (3) 프로세스 혁신입니다. CP를 만드는 과정에서 관련 의료진들이 함께 최선의 진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간결하고 표준화된 CP를 통하여 환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현재 모든 입원환자의 40% 가량에서 입원부터 퇴원까지 모든 절차가 사전에 정해진 CP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하여 (1) 실수로부터 배우기, (2) 표준화, (3) 독립적인 검증이라는 세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바탕은 환자안전 문화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두려움없이 밝힐 수 있는 문화, 조그만 이상이라도 큰 목소리로 말하는 문화, 소통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여러분. '안전한 병원 만들기'를 올해의 목표로 삼으면 어떻겠습니까?


3. 환자안전 문화확산을 위한 최근 활동 3가지

삼성서울병원의 비전은 '환자행복을 위한 의료혁신'입니다. 이를 위하여 Happinnovation을 모토로 더 좋은 병원을 만들기 위하여 모두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환자 행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본은 '환자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 직원 스스로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환자안전 문화확산을 위한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 3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1) 환자안전라운드

2012년부터 시작한 환자안전라운드는 병원의 리더십에서부터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자리입니다. 매달 원장 및 병원의 리더십이 현장부서를 직접 방문하여 직원들과 그 부서의 환자안전 이슈에 대해 공유를 하며 병원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 적극 검토하여 관련부서의 검토 및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우수직원 및 자발보고가 우수한 부서에 대한 포상도 함께 진행되어 부서 및 직원 개개인의 환자안전보고를 격려하기도 합니다.

제 1회 환자안전라운드


2) 환자안전 ageda 공유

병원의 모든 회의의 첫번째 주제를 환자안전으로 한다는 목표하여 병원의 리더십이 매주 모이는 간부회의에서는 한주간 병원의 실적보고부터 시작되는 회의를 2013년부터 weekly patient safety report를 통해 일주일간의 환자안전관련 사례가 회의의 첫번째 agenda로 보고가 되고 있으며, 각 부서의 주요 보직자와 공유되고 있습니다. 또한 월간회의, 진료과장/의국장 회의에서도 첫번째 agenda로 환자안전에 대한 주제별 발표를 하고 있어 이를 통해 부서장의 환자안전 인식을 고취시켜 부서의 자발적인 개선활동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3) SQA(SMC Quality Academy)

2013년부터 매달 3회씩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SQA라는 전직원 대상의 off-line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딱딱한 환자안전에 대한 강의가 아니라 직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운 사례별, 개선활동 별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년간 진행되는 교육으로 직원본인이 가능한 시간에 미리 신청하여 참석하는 방식임. 전직원 대상의 교육으로 병원에 근무하는 각 진료과 교수님을 포함한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료기사, 행정직 직원까지 함께 참석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교육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2013년 최종 이수율은 91.2%로 시행한 첫해였지만 직원들의 호응이 좋았습니다.

제 1회 SMC Quality Academy



© 일원내시경교실 바른내시경연구소 이준행. EndoTODAY Endoscopy Learning Center. Lee Jun Ha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