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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학회 세미나]

2014년 8월 24일 일산 킨택스에서 열린 제51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1. 강사를 소개할 때 해외연수를 언급하는 관행에 대하여

학회 관계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강사를 소개할 때 미국 어디서 연수받았다는 것은 뺐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어디서 연수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를 소개하는 관행은 사대주의의 잔재일 뿐입니다.

연수 때 molecular work를 하다가 귀국 후는 clinical work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의 경우도 미국에서는 대장의 molecular work를 하다가 귀국 후에는 위의 clinical work를 하고 있습니다. 학문하는 일반적인 자세와 방법론을 배웠을지 모르지만 요즘 공부하는 일, 요즘 진료하는 일과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강사가 최근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최근 어떤 주제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지, 학회나 기타 단체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꼭 강사가 원하는 경우에만 해외연수처를 소개하고, 일반적으로는 해외연수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소개되고 싶습니다. 해외연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이준행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1992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현재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주된 관심분야는 위암, 헬리코박터, 위식도역류질환, 기생충질환 등입니다. 내시경 교육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여 인터넷 홈페이지 EndoTODAY를 1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자 안전과 질향상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삼성서울병원 퀄리티혁신실 차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안전문제 -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나?"입니다. 좋은 강의 부탁합니다."


A-1. 위염 그 해석과 관리

질문: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헬리코박터를 치료해야 하는가?

패널: 의견도 다양했습니다. 4명의 패널 중 3분은 증상이 있는 경우 일반적인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제균치료를 한다고 답하셨습니다. 그런데 1분의 패널은 증상 호전을 위해 제균치료는 하지 않고, 위암 예방을 위하여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축성 위염에서 제균치료를 한다고 답하셨습니다 (화생성위염은 비가역적이라고 보고 제균하지 않는다고 하심).

이준행 의견: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을 존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균치료의 증상 개선 효과는 매우 큰 연구에서 간혹 positive data가 나오기는 하지만 number needed to treat가 너무 커 임상적 의의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질문: 한 환자에서 여러 조직검사를 하는 경우 겸자를 바꾸십니까?

패널: 바꾸지 않습니다.


A-II. 증례로 설명하는 종양의 진단

식도암 (아산병원 송호준) - 식도암 협착으로 음식을 못 드실 때 수술 전 PEG는 권하지 않습니다. 해부학적 변화로 인하여 다음 수술적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upper esophageal sphincter의 5cm 이내인 cervical esophageal cancer에서는 PEG를 합니다. 치료전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C-II. 대장내시경 관련 곤란한 상황들, 나는 이렇게 해결한다

대장내시경 세션 '대장내시경 관련 곤란한 상황들, 나는 이렇게 해결한다'에 들어갔습니다. 멋진 사진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코맨트를 했습니다. 옮깁니다.

"교수님 훌륭한 강의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훌륭합니다. 선생님께서는 경험이 많아 어려운 경우라도 신속히 치료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선생님들의 평균 경험은 선생님에 미치지 못합니다.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사례 중 fold 뒤쪽에 있는 납작한 용종의 예입니다. 처음에는 cap을 사용하지 않고 들어가셨고, 병변을 발견한 후 indigocarmine을 뿌리고 상세히 보셨습니다. 이후 내시경을 빼셨던 것 같습니다. Cap을 장착하고 다시 들어가 중력 반대편 병소를 20분만에, 그것도 ESD로 치료하셨습니다.

질문입니다. 비슷한 경우 보통 내시경 의사에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요? 20분보다는 길 것 같습니다. 세미나에서는 좀 더 평범한 상황을 리얼하게 설명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너무 극단적인 시간, 너무 짧은 시간이 제시되면 심평원 등 정책당국의 판단에 영향을 줄까 우려스럽습니다."


E-III. 안전문제 -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성균관의대 이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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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셨습니까? 저는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바로 그 인근 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소화기학회 PG 코스에서 제가 MALToma 강의를 하면서 잠시 묵념을 했었는데요, 4달이 지난 오늘까지 우리나라가 해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저는 "잊지말자"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EndoTODAY의 첫 화면에 세월호 관련 내용을 올려놓고 잊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부족하다싶어서 교수연구실 방문에 관련 스티커를 붙여놓고 하루에도 몇번씩 obssessive하게 되새기고 있습니다. 언제쯤 이 스티커를 뗄 수 있을까요?

저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최소비용으로 최대매출을 올려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비극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나의 근본원인을 밝힐 수 있는 그런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총체적 부실인 것이지요.

사용기간이 다 된 낡은 일본 배, 그들이 버린 배를 우리가 수입하지 않았더라면, 무리해서 객실을 늘리지 않았더라면, 그날 과적하지 않았더라면, 그날 평형수를 충분히 채웠더라면, 그날 경험많은 선장이 천천히 운전했더라면, 그날 선장이 먼저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총체적입니다.

안전은 시스템과 문화의 함수입니다. 일단 평상시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5월 28일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21명이 사망한 화재사고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날 불이난 2층에 있어야 할 소화기 11개 중 8개가 열쇠로 잠긴 캐비넷에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스프링쿨러도 없없습니다. 평소의 안전 문화가 그 수준이었습니다. 평소의 안전 문화가 그 수준이었기 때문에 대형화재가 난 것 아닐까요?

안전문화 중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소통입니다. 1997년 여름 괌에서 대한항공 801편이 추락할 때 부기장은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고도가 너무 낮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운전대를 잡고 있는 기장에게 충분히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왜 활주로가 안 보이지?" 이에 대해 유명한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power distance 문제라고 쓰고 있습니다. 조정석 내의 권위적 문화가 문제였던 것입니다.

슬픈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습니다. 그럼 성공사례는 없을까요? 장성 요양병원 화재가 있었던 같은 날 서울 지하철 도곡역에서 화재사고가 있었습니다. 어떤 정신이상자가 열차 객실에 신나를 뿌리고 불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소화기로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한 명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사실 11년 전 대구에서 거의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192명이 돌아가셨습니다. 192명 대 0명. 무엇이 이런 큰 차이를 가져왔을까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후 서울 메트로는 모든 전동차 좌석을 철제나 난연성 재질로 바꿨습니다. 만약 과거와 같이 불이 잘 붙는 의자였다면 소화기로 끌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모든 의자를 바꿨기 때문에 불을 끌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모든 의자를 예외없이 바꾼 것이 포인트입니다. 예외가 없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언젠가 어떤 수술에서 좌우가 바뀐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뻔한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지키던 걸 안 지킨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병실에서 수술부위 표시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날은 바쁘다는 이유로, 수술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이유로 수술부위 표시를 누락한 채 환자가 수술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술장 접수 간호사가 표시가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전공의가 침대를 밀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제지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예외가 사고를 부른 경우였습니다.

여러분.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표시가 있으면 통과하고 표시가 없으면 통과할 수 없다. 예외는 없다." 이게 안전입니다. 융통성이 사고를 불러옵니다. 안전에는 융통성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예외가 없고 단순해지면 안전해집니다. 그냥 간단한 규칙을 잘 지키면 안전해집니다.



2014. 8. 23. 종로


[참고자료]

1) 내시경학회 학술행사 on-line 중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