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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장내시경]

첫 대장내시경이었습니다. 10년 전 직장경검사를 받았지만 대장내시경은 만 50에 시작하려고 미뤄두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친구가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나도 검사를 받아볼까?" 생각이 들더군요.

전처치는 쿨프렙으로 했습니다. 어제 저녁 9시에 1 리터, 오늘 새벽 4시에 1리터를 적당히 나눠 마셨습니다. 약간 맛이 간 진한 포카리스웨트 같더군요. 짭짤했습니다. 묘한 맛과 향 때문에 Colyte가 낫다고 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소화기내과 전문가로 적지 않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 보았지만 막상 검사를 받으려니 온갖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자문자답을 해 봅니다.

자문 1. 저녁 9시에 쿨프렙을 마시면 언제쯤 화장실에 갑니까?
자답 1. 약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큽니다. 제 경우는 12시경 처음으로 화장실에 갔습니다.

자문 2. 저녁 9시에 쿨프렙을 마시고 잠은 잘 잘 수 있나요?
자답 2. 새벽에 나머지 반을 먹어야 하므로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자다깨다를 몇 번 해야 하더군요. 깊은 잠은 어렵습니다.

자문 3. 새벽 4시에 약을 먹고 7시에 출근할 수 있나요?
자답 3. 제 경우는 가능했습니다. 7시에 차를 몰아 출근했고 회사에 도착하여 7시 30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화장실에 갔습니다. 운전하면서 뒤가 약간 불편했습니다만...

자문 4. 진정내시경이 꼭 필요한가요?
자답 4. 저는 그냥 했습니다. 오후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 진정제를 쓸 수 없었습니다. 통증은 참을만 했지만 불쾌한 기분은 어쩔 수 없더군요. 직장수지검사와 공기가 쭉 밀려들어오는 느낌, rectal retroflection의 묘한 느낌... 앞으로는 꼭 진정내시경으로 할 것입니다. 마음 편히 검사받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생활이 이제는 슬슬 지겹습니다.

아프지 않고 편하게 검사해주신 홍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2014-8-26. 이준행


저의 대장내시경 첫 경험에 대하여 몇 분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2014-8-27. 애독자 comment]

저는 대장내시경을 두 번 받아보았습니다. 제 경우는 쿨프렙이 Colyte보다는 훨씬 먹기 수월했습니다.

[2014-8-27. 애독자 comment]

선생님, 첫 대장 내시경 무사히 받으셨던 것 축하드립니다^^. 저는 군대 입대전 잦은 설사와 복통이 있어 혹시 Crohn's disease인지 감별해보려고 젊은 나이에 Colyte 4L를 먹고 내시경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Colyte를 마실때는 숨을 참고 (냄새를 맞지 않으면서) 한번에 마시고, 입안에 남은 것은 약간의 물로 행궈서 얼른 삼키고, 그리고 숨을 쉬면 좋았었습니다.

- 설사가 너무 많이 나오니, 나중에는 느낌은 분명 gas로 생각되었는데, fluid가 나와, 당황했었습니다. 그때 rectum이 어떻게 gas와 fluid를 구별할 까 궁금해 졌었습니다 (아직도 해결은 못했지만). Gas인지 알고 몰래 방구^^를 하려고 할 때 fluid가 나오면 큰일인데...

- 저도 비수면으로 받았는데, 대장내시경보다 직장수지검사가 아팠습니다. 대장내시경을 gentle하게 한다면 통증이 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Rectal exam은 부드럽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Rectal exam이 대장내시경보다 아프다면, 대장내시경 expert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014-8-27. 애독자 comment]

"마음 편히 검사받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생활이 이제는 슬슬 지겹습니다." 저도요...

[2014-8-27. 애독자 comment]

소중한 경험에 엉뚱한 질문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요즘은 제 외래에 환자가 거의 없습니다. 외래가 아니라 상담실이라고 해야 적절할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검진 목적으로 외래에 오는 환자가 많아졌습니다. 검진 내시경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이지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1. 검진 의사가 아닌 교수에게 직접 받을 수 있다. 선택진료비가 있으나 조만간 없어질 예정이다.
2. 원하는 내시경만 본인 부담이 아닌 보험으로 받을 수 있다.
3. 이조차 실비 보험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선생님께선 어떻게 하시나요? 전 지금까지는 진료로 내원하였으니 보험으로 해주었습니다만... 보험으로 해준다면 1) 엄격한 의미에서 보험료를 부당 청구하는 사례이며, 2) 실비 보험으로 돌려받는 것은 보험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됩니다 (법적인 판단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대장 질환의 상병 코드 없이 시행된 대장내시경 검사가 삭감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과 의견입니다.

1. 선생님께서는 외래에서 이런 경우 보험으로 시행하시나요, 환자 전액 부담으로 하시나요?(선생님 검사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혹시 이도 저도 아닌 야매로???) 보통 외래에서 전액 부담도 가능한지요?
2. 의견은 앞으로 진료에서 검진 내시경을 요구하는 경우 학회 차원에서 환자 부담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의료의 낭비가 너무 심화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2014-8-27. 이준행 의견]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망가진 사회입니다. 누구나 원하면 1차 의료기관, 2차 의료기관을 건너 뛰고 얼마든지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형식적인 몇 가지 장벽이 있으나 모두 무용지물입니다. 상급 의료기관으로 가는 장벽을 만드는 것은 인기없는 정책이므로 어떤 정치인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3차 의료기관은 3차 의료기관다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3차 의료기관의 위암 전문가가 위암환자의 치료를 뒤로 미루고 건강검진 내시경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건강검진 내시경이 별 것 아니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3차 의료기관의 위암 전문가의 일로서는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뜻입니다.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의 마음을 생각해 봅시다. 내가 치료받아야 하는데 나를 담당하는 의사는 건강검진 내시경을 하고 내 schedule은 몇 주 뒤로 잡아주었다... 어떤 환자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1, 2차 의료기관에서도 건강검진 내시경을 잘 하는 의사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실력향상을 위하여 적절한 지원을 해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입니다. 1, 2차 의료기관의 질향상 지원은 하지 않고 "아쉬우면 3차병원을 찾아가라"고 방치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 실패입니다. 저는 위암 환자의 치료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진단내시경은 일주일에 10개도 안 합니다. 그마저 대부분 고위험 위암환자의 추적관찰입니다.

두번째 이슈는 코드입니다. 건강검진 내시경을 처방하고 코드를 솔직히 건강검진이라고 하면 무조건 삭감됩니다. 그냥 K30으로 해도 삭감됩니다. K29.7로 쓰면 삭감은 되지 않는데 정당한 코드는 아닙니다. 솔직하게 쓰면 삭감하고 적당히 쓰면 인정해 주는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정책실패의 예입니다. 저는 그냥 K29.7로 쓰고 보험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반 외래에서 비보험으로 내시경을 하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건진에서 하면 합법입니다. 이 또한 정책 실패입니다. 건강검진이 대한민국 의료를 망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왜곡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갑상선도 한 예입니다. 온갖 과잉 의료의 원인이 건강검진이기 때문입니다. 의학적 근거를 가진 적절한 건강검진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상식적인 의료정책을 기대합니다.

[2014-8-28. 애독자 comment]

오늘 보내주신 EndoTODAY를 읽고 무척이나 공감했습니다. 저는 작은 2차병원에 있는데 제 외래에 오는 사람들 중 요즘 절반 이상의 chief complain은 "내시경하고 싶어요" 또는 " 대장내시경 해주세요" 입니다.

대학병원에 있을때는 refer 오는 환자만, 또는 증상이 있는 환자만 검사하다가, 봉직의가 되고 이런 상황에 처음 부딪혔을때 무척 황당했습니다. 그럼 보험 코드는 어떻게 넣어야 하지? 이런 경우는 국가의료보험을 해주면 안되는거 아닌가? 그래서 꼬장꼬장하게 검진이니까! 하면서 비보험 코드를 넣고 검사했다가 환자에게 컴플레인은 컴플레인대로 받고 심사실에서 전화 수차례 받고 땀뺐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현실과 타협하여, 차트에 간헐적 복통이라고 쓰고 처방을 냅니다. 환자들은 실비보험을 받겠다며 증상을 써 달라고 요구하구요. 이도 저도 다 제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고 귀찮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 역시 과잉 건강검진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매스컴에서 연신 떠들어대는 암에 대한 이슈들, 유명인들이 암으로 사망할때마다 불어대는 건강검진 붐... 이제는 건강검진이 20대 젊은 사람들한테도 유행처럼 되어 툭하면 내시경과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고 찾아오는데 이를 말릴 도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의 불안감도 사실 한몫함을 고백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내시경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돌려보낸 환자의 뱃속에 뭐가 있을지는 제가 점쟁이가 아닌 이상 확답할 수가 없으니까요. 제대로 된 건강검진 가이드라인과 체계가 필요함을 날이 갈 수록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다시 한번 좋은 글과 사진, 의료지식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종종 메일로 궁금한점 여쭈어봐도 될까요? ^^ 건강조심하시구요.

[2014-8-29. 이준행 답변]

저는 지나친 적응을 두려워합니다. 환경이 어려운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환경에 잘 적응하면 올바른 길을 벗어나기 쉽습니다. 일정 부분 환경을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동적으로 적응만 하다보면 삶의 의미를 잃기 쉽습니다.

'내시경을 받고 싶다'는 환자의 요청은 정당합니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1차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지 않고, 상위 의료기관을 찾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요? 그런데 그들이 '원하면 항상 검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붕괴된 의료전달체계가 핵심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검사는 적응증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지키는 것은 시스템이 보장해주더라도 적응증에 속하지 않는 것은 시스템이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적응증에 해당하면 보험급여가 되고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으면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것이 올바를 시스템 아닐까요?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한 정책당국과 의료계 전체의 책임이 큽니다. 검진은 1차 의료기관에서 하고 큰 병이 있으면 상위 의료기관을 찾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아닐까요?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한 정책당국과 의료계 전체의 책임이 큽니다.

문제의 뿌리는 30년 전 쯤 독재정권의 강압에 의하여 "엉터리 싸구려 보험제도"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참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이 원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되어 현재의 엉터리 건강검진이라는 괴물을 낳은 것입니다. 저도 늘 고민입니다.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 일원내시경교실 바른내시경연구소 이준행. EndoTODAY Endoscopy Learning Center. Lee Jun Ha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