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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oTODAY 내시경 교실


[피곤한 의사의 내시경]

최근 경희대학교 차재명 교수님께서 의미심장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피로하면 대장내시경 검사의 performance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adenoma detection rate의 경우 피로하지 않으면 42.6%, 피로하면 25%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내시경의사는 거의 항상 피로합니다. 너무 많은 검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저수가 구조가 만든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스스로 만드는 피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검사 혹은 외래 전날 지나친 술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의료계는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장기적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질좋은 의료를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현재의 싼 의료에서 좋은 의료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지요. 싸고 좋은 의료는 없습니다 (가능하지 않습니다). 약간 싸고 약간 좋은 의료는 가능할지 모릅니다 (이게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목표인 듯 합니다만 무척 어렵습니다. 잘 되면 20년 전 재래시장 정도는 됩니다. 백화점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약간 비싸고 좀 더 좋은 의료는 있습니다 (이게 제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현재는 너무 저수가다보니 과잉진료, 건강검진과 같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비싸고 아주 좋은 의료도 있습니다 (원하는 사람이 극소수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어떤 것을 선택할까요?

저는 단기 과제로 음주문화 개혁을 주장합니다. 내시경 검사 전날에는 술을 마시지 맙시다. 마시더라도 맥주 한 잔 이상은 하지 맙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질향상입니다.

기사 전문을 옮깁니다.

의사가 피곤할 경우 진료의 수준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피로도가 높은 경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객관적인 증명이 쉽지 않았다. 최근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가 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경희대병원 및 강동경희대병원, 순천향대병원에서 공동으로 진행된 다기관 연구로 의사 피로도가 내시경 검사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차재명 교수는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연구배경, 조사방법, 의미, 향후 계획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당초 10개 병원이 참가했으나, 진료를 할 때마다 장문의 설문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중도 탈락이 많았다”며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3개 병원이 연구 데이터로 활용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장종양연구회 간사를 맡고 있는 차재명 교수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기 전 해당 의사가 본인의 피로도를 직접 체크하는 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총 연구기간은 1년이었다. 기존에는 전공의에 초점을 맞춘 논문들이 발표됐다. 전공의 특성상 충분한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에 분석결과에 활용된 것이다.

차재명 교수는 “전공의 관련 논문들을 보면 피로도가 높을수록 실수가 잦아진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며 “다음으로 외과의사의 피로도가 연구대상으로 활용됐으나, 이는 수술합병증, 예후 등에서 통일된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바 있다”고 전했다. 차재명 교수의 연구는 대장대시경, 즉 내과의사가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다. ‘FACIT-F’라는 설문을 통해 의사의 피로도를 수량화했다. 피로의 객관적 수치를 정리하기 쉽지 않았으나, 다행히 문헌고찰에서 피로도를 측정하는 설문도구를 발견하게 됐다. 질문은 총 13가지였다.

차재명 교수는 “의사가 진료를 잘한다, 못한다의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피로도가 진료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라고 재차 강조했다. 먼저 피로한 상태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수행하면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를 수행할 때보다 샘종 발견율이 유의하게 저하됐다. 피로한 의사군이 25%, 피로하지 않은 의사군이 42.6%였다. 또한, 샘종 발견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보정하더라도, 의사의 피로도는 샘종 발견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의한 독립인자로 판명됐다. 의사의 피로도는 야간 당직 근무, 수면 부족뿐만 아니라 낮은 삶의 질과도 연관이 있었다.

차재명 교수는 "따라서 내시경 검사 전날 의사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평소에 체력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많은 진료와 업무로 항상 피로한 의사들에게 이번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차재명 교수는 전반적인 ‘내시경 질 관리’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 가지 예로 위, 대장, 간, 췌장 등 전문 진료 분야 특화의 필요성을 대외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사 면허증만 있으면 내시경 검사를 누구나 실시할 수 있다”며 “관련 전공 수련자와 비수련자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 않겠는가. 이에 대한 객관적인 증명을 위한 연구활동을 진료와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14-9-1. 애독자 답변] 연구는 그렇지만 실상에서는 잦은 술자리를 피할 수 없어서 심히 부끄럽습니다. 모임을 줄일 수는 없어서 술은 가급적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술을 적게 먹으면 확실히 몸 컨디션은 더 좋아서 환자에게도 더 친절할 수 있고 검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술을 먹지 않는 것이 질향상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교수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


[2014-9-2. 이준행 의견] 최근 대한민국 4성 장군이 과음 후 품위 손상을 이유로 불명예 전역되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과거에는 음주 후 실수는 용서해 주었는데 이제는 절대로 용서되지 않습니다. 술은 술이고 잘못된 행동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과음은 우리의 삶을 망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한 순간에... 의료계의 과음문화를 청산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