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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

저는 짧은 글, 짧은 생각을 모은 책을 즐겨 읽지 않습니다. 호흡이 긴 글을 좋아합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잘 팔린다고 들었지만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지인의 집에서 스님의 책을 뒤적였는데, 문득 메모가 하고 싶었습니다. 제 생각과 이렇게 같을 수가 없었습니다. 옮깁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쁘게 사는 내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내 삶이 이토록 바쁜 까닭은 내가 바쁜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정말로 쉬려고 한다면 그냥 쉬면 되는 것입니다. 어디선가 부탁이 들어와도 거절하면 되는 것이고, 그 거절을 못하겠으면 핸드폰을 꺼놓으면 끝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러지 못하고 바쁜 일정 속으로 나 스스로를 밀어 넣는 것은, 내 마음이 어느 정도는 바쁜 것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2015-2-17] 혜민 스님의 글을 보고 나름 감동먹은 적이 있는데 오늘은 크게 반성을 했습니다. 혜민의 말을 우리는 따를 수 없습니다. 김규항님의 말씀이 훨씬 옳다고 생각합니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생각하면 늘 편치 않았는데, 그 불편함의 까닭을 김규항씨가 명쾌하게 풀어냈습니다. 괜히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닙니다. 강력한 붓의 힘.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김난도의 황당한 주장을 나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김규항 발행인은 ‘파렴치한, 철딱서니’라는 딱지를 붙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딱 맞는 말입니다. 파렴치. 철딱서니.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요… 저는 기사를 오려 스크랩을 해 두었답니다. 또 읽으려고…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마땅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2015-2-17. 경향신문. 김규항] 88만원 세대와 88억 세대

지난 몇 해 동안 한국에서 발간된 책 가운데 가장 파렴치한 책을 꼽는다면 단연 <아프니까 청춘이다>일 것이다. ‘청년의 지옥’이라 불리는 사회에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 청년에게 할 첫 번째 말은 ‘미안하다’여야 한다. 좀 더 사리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실을 바꾸자, 나도 함께하겠다’여야 한다. 그런데 아프니까 청춘이라니. 게다가 저자 김난도는 이른바 소비 트렌드의 권위자로서 매년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내는 사람이고 고급호텔에 사장들을 모아놓고 올해의 장사거리에 관한 세미나와 특강을 하는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행태 자체를 비난할 건 없겠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동시에 소비는커녕 생존 자체가 암담한 청년들에게 그런 설레발을 친다는 건 섬뜩한 일이다. 어찌됐든 그는 청년들의 멘토로 군림했고 제 책을 300만부 넘게 팔아치웠다.

다행스러운 건 청년들이 더는 그런 유의 설레발을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혜민이라는 중은 얼마 전 제 페이스북에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자기 중심이 없어서라느니 따위 이야기를 했다가 격렬한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그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으로 큰돈을 벌고 유력한 문화자본가가 되었는데 이 또한 김난도의 것 못지않게 기막힌 책이다. 저야 미국 대학의 교수에 중이니 삶의 번민이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멈추고 정리하면 되겠지만, 멈추고 싶어도 도무지 멈출 처지가 못 되는 사람들에게 그게 어디 할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