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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내용을 녹음하는 분들에 대하여]

한 줄 요약: 녹음은 적법한 일입니다.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적응하는 수밖에...


참 어려운 이슈입니다.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진료실에서 의사와의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저는 이런 일까지 있었습니다. ESD를 위하여 입원한 환자(70대 여성)에게 궁금증이 없는지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선생님께서 외래에서 설명한 내용을 녹음하여 듣고 또 들었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저는 녹음 사실을 몰랐습니다. 이와 같은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방법도 없습니다. 녹음이 너무 쉽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면 충분합니다. 의사 얼굴에 들이댈 필요도 없습니다. 녹음 버튼을 누른 후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넣어도 녹음이 잘 됩니다. 삼성, LG, 애플 스마트폰 모두 녹음기능이 놀랍습니다. 너~~~무 잘 만들었습니다.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모든 환자가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진료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병원 감염 예방의 기본 원칙인 universal precaution이 여기에도 적용됩니다. 늘 조심해야 합니다. 늘 바른 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환자들은 스스로 잘 치료받기 위하여 녹음하는 것입니다. 무슨 흠을 잡으려는 경우는 드물 것 같습니다. 선의의 녹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더라도 뭔가 문제가 꼬이면 녹음된 내용으로 트집잡을 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늘 조심해야 합니다. 의료가 점점 건조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CCTV를 의식해가며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선생님이나, 그런 선생님에 의지해야 하는 아이들이나, 녹음을 의식하며 진료해야 하는 의사나, 그런 의사에게 진료받아야 하는 환자나 모두 피해자입니다. 불쌍한 노릇입니다. '불신의 비용'치고는 너무 가혹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법적 측면은 이렇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녹음 자체가 위법은 아닙니다. 의사에게 동의를 구한 후 녹음하는 것뿐만 아니라, 몰래 녹음하는 것도 위법은 아닙니다. 심지어 증거능력도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나눈 당사자 모두가 대화내용에 대하여 일정부분 지분이 있다고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의사는 원하지 않는데 환자나 보호자가 녹음을 원하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죄송합니다만, 진료에 방해될 수 있으니 녹음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도가 최선일 것 같습니다. 기분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요청해 보는 것이지요. 과거 제 경험으로는 정중히 부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꼭 녹음을 해야겠다고 우기는 환자나 보호자는 없었습니다. 혹시 있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 한번 요청해 보는 수밖에...

"죄송합니다만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녹음을 자제해 주십시요. 마이크 앞에서는 연예인들조차도 부자연스럽기 마련입니다. 하물며 평범한 의사인 저는 마이크가 무섭습니다. 마이크 앞에서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도무지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지 자신감도 사라집니다. 너무 떨려서 말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진심입니다. 그걸 어떻하겠습니까? 저는 의사입니다. 연예인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녹음은 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환자분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 환자분을 위하여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부탁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꼭 녹음을 해야겠다고 말씀하시면 저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부분의 환자를 표준 module을 이용하여 진료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소개드린 외래설명자료가 그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대형병원에서 좁은 영역의 진료만 담당하고 있기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실 저는 절름발이 의사입니다. 위암과 위식도역류질환에만 집중하는 이상한 의사입니다. 변비 환자가 오면 벌써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당뇨는 말할 것도 없고..... 조기위암 내시경치료에 집중하는 ultra-selective specialist의 삶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참고 사는 것이지요. 큰 의료 시스템의 한 부속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Ultra, super, selective, specialist라는 부속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저는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엄청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specialist로서 뻔한 환자만 진료하고 있는 제게는 녹음이 큰 이슈는 아닙니다. 환자나 보호자나 제 3자가 녹음을 원하면 말리지 않고 있습니다.

요약합니다.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적응하는 수밖에... 모든 환자가 녹음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늘 조심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FAQ]

[2015-2-3. 애독자 편지]

저는 혹시 환자의 의료기록은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본인이 아닌 경우 녹음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으며, 혹시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도 교수님처럼 "녹음을 하면 진료하기가 불편합니다"라고 솔직히 얘기하면 거의 모든 환자들이 "알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이번 일은 환자 본인보다 보호자께서 꼭 녹음을 해야겠다고 하셔서 좀 당황하였습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되면 환자 본인에게 녹음에 찬성하는지 물어볼 생각입니다.

[2015-2-4. 이준행 답변]

환자에게 녹음에 찬성하는지 물어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으면 "저는 연예인이 아니므로 누군가 녹음을 하면 제 본래의 일을 잘 하지 못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려서요"라고 덧붙일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저는 녹음을 싫어하지만... 녹음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진 찍는 사람도 많고... 여하튼 의료가 너무 가볍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도무지 serious한 맛이 없습니다. 맘에 들지 않습니다. 병원과 백화점을 혼동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물론 환자 탓은 아닙니다. 잘못된 정책의 결과일 뿐이고 의사나 환자나 모두 피해자일 뿐입니다.

최근 컬럼 하나 소개합니다.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가 2015년 2월 4일 경향신문 정동칼럼에 기고한 "신뢰의 힘"입니다. 이진석 교수님은 "신뢰 유발형 제도"와 "신뢰 훼손형 제도"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파괴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진료비가 하나로 뭉쳐 있는 데다, 의사 진찰로 얻는 이득은 적고, 그 외 온갖 검사·처치 등에서 얻는 이득은 많다. 환자의 이익을 옹호하다가는 당장에 금전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신뢰 유발형 제도가 아닌, 신뢰 훼손형 제도인 셈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가 형성되기 힘든 중요한 이유이다.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 부재로 인한 폐해는 크다. 양측이 피차 피곤하고 불편하다. 특정 개인의 일탈도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기 일쑤다. 환자는 의사를 믿지 못해 여러 병원을 떠돌다, 돈도 버리고 몸도 상하곤 한다. 의사는 환자를 믿지 못해 방어 진료를 하느라, 필요 없는 검사를 하고, 꼭 필요한 처치도 기피하곤 한다. 양자가 모두 피해자..."


[2015-2-4. 애독자 편지]

아직 확실히 법령에 규정된 내용은 아니나 과거 판례에 따라 법조인들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의 종합의견입니다)

1. 진료시의 대화내용을 몰래 녹취하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단, 녹취한 사람의 음성도 같이 포함되어야 법적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2. 상대방의 목소리만 녹취하는 것도 불법은 아니나 나중에 법적 효력은 대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조작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5-2-4. 이준행 답장]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요약합니다. 녹음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적응하는 수밖에...


[2015-4-22. 수술장 혹은 시술장에서 녹음하는 환자에 대하여 (= 내시경실에서 녹음하는 환자에 대하여)]

일전에 외래진료실의 녹음에 대하여 논의한 바 있습니다 (링크). 당시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녹음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적응하는 수밖에... 오늘은 수술장에서 “의료사고가 걱정돼 환자복에 소형 녹음기를 숨겨 녹음을 진행했는데” 의료진이 성희롱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환자의 주장입니다. MBC 방송에 나왔다는군요. 기사를 일부 옮깁니다.

[2015-4-21. 데일리메디] 미친 X 성형외과 막말 논란

"최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2580'은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마취 상태의 환자를 수술하며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녹취파일에는 "얘 약간 그거 준비하는 거 같아요. 트랜스젠더”, "엄청 말랐네 허벅지. 만져 봐 그렇지?", "포경수술 안했네. 얼굴은 많이 했는데" 등 환자를 모욕하는 의료진의 대화가 담겨 있다. 또한 이들은 "생긴 게 좀 명쾌하지 못해", "여자친구도 수술한 애야", "끼리끼리 노는 거야", "미친 X, 나도 이걸 밥벌이하고 있지만 미친 X이라니까요. 내 아들이면 호적 팠을 거예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신뢰가 이렇게 망가져서야 되겠습니까? 누구의 잘못일까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단기간에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내시경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문제된 경우는 없습니다만, 다른 곳에서는 환자들이 의사 몰래 녹음을 하고 있는데, 오직 내시경실에서만 아무도 녹음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신독(愼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 더욱 몸가짐을 조심하라는 말입니다. 내시경실에서는 진료에 필수적인 대화 이외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또한 검사 후에 조용히 따로 하는 것이 더 좋겠지요. 여하튼 내시경실에서는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쥐죽은듯 조용한 내시경실… 어쩐지 조금 무섭습니다. 그러나 세태는 그렇습니다. 이미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는 무너졌습니다. 단순한 신뢰감으로 관계를 유지하기가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애매한 신뢰감보다는 규정과 절차에 따른 명확한 진료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점점 의사노릇이 어렵습니다. CCTV 앞에서 발가벗고 진료하는 느낌이랄까. 영 부자연스럽습니다. 몸이 뻣뻣해집니다. 혀가 꼬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나도 몰래 녹음기는 돌아가고 있으니까...

요점은 이것입니다. 나의 행동과 대화가 항상 녹화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FAQ]

1) EndoTODAY 진료 내용을 녹음하는 분들에 대하여

2) 쇼피알 season 2 - 병의원 이용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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