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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ultant's opinion - to follow or not?]

[애독자 질문] 논란이 될 만한 내용입니다. 선생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서울신문. 2013-10-7] "지혈 방해 약 복용 알면서 수술.. 병원 책임"

지혈을 방해하는 약품인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수술을 강행해 환자에게 부작용이 일어났다면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조휴옥)는 A(75)씨가 고려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은 A씨에게 1억 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08년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척추관 협착증(척추 부위의 신경이 눌려 있는 질환)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A씨가 평소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동료 의사에게 조언을 구해 "수술 5~7일 전부터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지혈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담당 의사는 "경험적으로 볼 때 저용량의 아스피린의 경우 3~5일 전쯤에 복용을 중단한다"며 3일 동안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한 A씨의 수술을 강행했다.

하지만 수술 다음 날 오전 6시 40분쯤부터 수술 부위에서 다량의 혈액이 흘러나오고 발목에 감각이 없는 등의 부작용이 발견됐다. 컴퓨터단층촬영 결과 수술 부위에 피가 고이면서 생성되는 혈종이 신경을 압박하고 있었다. 병원 의료진은 부작용을 인식한 지 7시간쯤 지난 오후 2시부터 혈종 제거술을 시행했다. 재수술 이후에도 A씨에게는 운동장애·배뇨장애·발기부전 등의 장애가 지속됐다. A씨는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을 알면서도 수술을 강행해 혈종이 발생했다"면서 "혈종이 신경을 압박해서 나타나는 증상이 감지되면 신속히 제거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병원이 늑장 대응을 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아스피린 복용을 적정기간 동안 중단하지 않은 채 수술을 시행해 다량의 출혈이 발생했다"면서 "이로 인해 형성된 혈종이 신경을 압박해 A씨가 현재의 장애 상태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술 다음 날 오전에 혈종이 신경을 압박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재수술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술 부위가 광범위하고 원고가 고령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전문가 1답변. S대 교수]

의학적으로는 aspirin 복용에 따른 출혈 위험과 중단에 따른 색전 위험 중 현재 aspirin을 복용하는 원인 질환에서 어느 것이 더 위험할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1. Consulting 대답에서 중단을 권유하였지만, 이는 aspirin의 일반적 특성을 얘기한 것인지, 실제 출혈 위험이 더 높다고 판단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실제 척추 수술의 경우 aspirin 단독 복용은 꼭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만약 실제 출혈 위험이 더 높다고 판단한 의견이었다면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2. 제 의견으로는 재판부에서는 aspirin 사용보다는 출혈 이후 재수술까지 지연된 것을 문제삼은 것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전문가 2 답변]

아무래도 수술적 처치라 내시경과 관련된 시술보다 좀 더 일이 커진 것 같습니다. 항상 환자에게 합병증에 관한 충분한 설명과 아스피린 중단의 양면을 잘 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대장폴립절제술 가이드라인 만들 때에도 아스피린 관련 가이드라인에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결국에는 "대장폴립절제술 전 혈전색전증 발생 고위험군에서는 아스피린 복용을 계속해야 하고, 혈전색전증 발생 저위험군에서는 환자 및 폴립의 특성에 따라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할 수 있지만 폴립의 크기가 10 mm 이상인 경우엔 5-7일 간 중단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혈전 발생위험이 없는 군에서는 가능하면 아스피린을 중단하는 것이 권고된다"와 같이 어중간한 가이드라인이 되고 말아 아쉬웠습니다.


[전문가 3 답변. S대 교수]

먼저 기사만으로 모든 내용을 알 수 없지만 해당 의사가 꽤나 억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료 의사의 답변은 일종의 guideline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Consulting을 해주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guideline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법이나 규칙이 아닌 일종의 제시(제안) 정도라고 생각했을 때 해당의사의 결정은 틀렸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의 경우 수술자에 따른 차이가 내시경시술보다 더 클 것으로 생각), 물론 환자의 상태 등등도 고려하여 (하였을 것 같음)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진정한 임상가의 자세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느정도 경험은 있고 기존 guideline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내시경을 하는 입장에서도 항혈소판제 사용에 관한 협진을 많이 의뢰하게 되는데,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이되 환자의 요인, 병의 요인, 시술관련 요인 등도 고려해서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앞으로 좀 더 좋은 가이드라인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기사 내용으로 가면 재판부가 의료의 전문성에 대한 고려는 없이 너무 결과론적 윤리이론의 바탕으로만 판결을 내린게 아닌 가 싶습니다. 씁쓸합니다. ㅠㅠ


[어떤 법학도 의견]

의료과실 판단 기준은 "의료행위 당시의 임상적, 규범적 의료수준"인데, 동료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험적 판단에만 근거한 의료결정에 대하여 의료과실을 인정한 아래 판결은 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준행 의견]

병원내 clinical pathway와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Consultant는 5-7일을 권했고 외과의는 3일을 권했는데.... 합병증이 발생하였고 consultant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점이 이슈가 되고 말았습니다. Consultant의 말을 들었더라도 별 차이는 없었을 것 같지만, 환자는 절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게 당연합니다.

저는 상황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에 따라 진료하는 쪽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도 보호하고 자신도 보호하는 길입니다. 자기 보호 차원에서 의뢰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뢰 후 답변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의뢰 후에는 답변대로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그 답변이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냥 참고자료였고 애당초 그대로 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이번 사례처럼 전문가 의견을 무시했으니 잘못이라는게 일반인의 정서입니다. "동료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험적 판단에만 근거한 의료결정에 대하여 의료과실을 인정한 아래 판결은 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는 어떤 법학도의 답변이 일반인의 정서이며 현행법의 철학입니다. '의뢰'는 나보다 남이 더 전문가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의뢰'가 아니라 '토론'이 필요합니다. 그때 그때 토론할 수 없으니 토론한 내용을 clinical pathway 혹은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지키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의료에는 표준화 idea가 부족합니다. 의사도 그렇고, 환자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습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대로 따르면 됩니다. 수정(modification)이 필요한 환자에서는 어떠한 이유로 가이드라인을 변형하여 적용하는지를 사전에 설명하고 의무기록을 남기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척박합니다. 수술이나 ESD 전 aspirin을 끊을지 말지 조차 가이드라인이 없습니다. 일반 진단 내시경 전 aspirin을 끊을지 말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심합니다.

표준화가 전문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화 진료가 저급 진료도 아닙니다. 현대 의료처럼 복잡한 분야에서는 꾸준히 단순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의료 표준화는 기성복이냐 맞춤 양복이냐의 이슈가 아닙니다. 기성복이 (약간 수선해 입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잘 못 맞춘 양복은 아예 못 입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폼내는 일이 우선일 수 없습니다. 질 좋은 상황별 가이드라인이 시급합니다. 의미없는 일에 시간을 보내지 말고, 다 함께 의미있는 일에 집중합시다.


[관련 EndoTODAY]

1)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 - 여러 의견과 자료를 모았습니다.

2) Aspirin for biopsy and ESD

3) 수술 시술 예정인 순환기내과 환자의 항혈소판제, 항응고제 사용 지침 (2011-9 개정)


2013년 10월 22일 SGEA의 주제가 소화성궤양이었습니다.

1. 정재규 선생님의 발표 중 아스피린을 쓰던 환자가 출혈이 있어 약을 끊었더라도 7일 이내에 다시 쓰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심지어 coronary stent를 하고 몇 개월 되지 않아 aspirin을 끊을 수 없는 환자가 소화성궤양 출혈을 했다면, 아예 aspirin을 끊지 않고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소화성궤양 출혈환자의 퇴원시 챙겨야 할 사항을 정리한 box입니다.


2. Recurrent bleeding으로 결국 수술(bleeder ligation)이 필요했던 환자입니다. Dieulafoy lesion인가 아닌가 논의가 있었습니다. Dieulafoy lesion이라고 하기에는 exposed vessel 주변의 궤양이 너무 현저하여, 통상의 소화성궤양 출혈로 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건국대학교 이선영 교수님).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3. 소화성궤양 출혈 환자의 내시경시점은 ASASP로 알려져 있습니다. As soon as safely possible. 그러나 최근 연구를 보면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출혈이 심한 고위험환자, 즉 Glasgow-Blatchford score 12 이상에서는 가급적 빨리 내시경을 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Lim, 2011)를 소개되었습니다.


4. 소화성궤양 출혈환자의 관리에 대한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1) 관행적으로 시행되는 nasogastric tube는 필요없습니다. 2011년 11월 22일 EndoTODAY에서 상세히 논한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고생만 되고 효과는 없기 때문입니다.

2) 관행적으로 시행되는 second look endoscopy는 필요없습니다. 2011년 12월 6일 EndoTODAY에서 상세히 논한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고생만 되고 효과는 없기 때문입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환자에서만 선택적으로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3) 출혈환자 내시경이라고 sedation을 못 할 이유는 없습니다. 아주 심한 소수의 경우 제외하고는 sedation이 가능합니다. 환자를 너무 고생시키지 맙시다.


5. 마지막으로 일전에 강기주 교수님과 제가 함께 쓴 소화성궤양 출혈에 대한 짧은 치료지침을 소개합니다 (대한내과학회지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