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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 증례 편지 17 - 처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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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 애독자 편지]

안녕하십니까. 교수님의 Endotoday를 애독하고 있습니다. 늘 애매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시고 답을 주시는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교수님께서 이전에 진단서와 관련해서 글을 쓰시면서 처방학에 대해서 공부하실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처방학'의 개념 및 정의가 궁금합니다. 저 또한 학생 및 전공의 교육시 중요한 부분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어떤 증상에 대해 약을 처방한다면 무슨 약을 어떤 용량과 용법으로 얼마나 처방하고 대표적인 부작용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가르치고 토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께서 나중에 '처방학'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를 하게 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저희 과는 아무래도 일차 진료의 양성이 목표이다 보니 실제 처방을 위주로 공부하고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evidence의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모습과 비슷한지 궁금합니다.

올해 제가 전공의들 티칭한 자료들을 첨부해서 보내드립니다 (자료 1 - 소화기약물, 자료 2 - 정신과약물). 혹시 시간 나시면 한번 보시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이상훈 드림


[2016-1-13. 이준행 답장]

안녕하십니까. 잘 정리된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자료 1 - 소화기약물, 자료 2 - 정신과약물). 애독자들과 함께 보겠습니다.

처방학. 모처럼 듣는 단어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EndoTODAY에서 몇 번인가 언급한 바 있습니다. EndoTODAY 보험에서 일부를 옮깁니다.


[2014-11-21. 애독자 의견]

제가 수련받은 병원은 전공의 4년차부터 일반내과에서 한달씩 돌아가며 외래를 봅니다. 빠른 경우 3년차 후반부터 시작합니다. 간혹 보험회사 직원들이 위임장을 가지고 와서 서류를 떼어달라는 경우도 있고 어느 교수님 말씀처럼 보험회사 내부 서류를 내밀면서 공란을 채워달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공의 시절에는 보험규정, 보험사 관련 대처 등에 미숙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들은 이야기도 없고... 교수님 외래는 대기환자도 많고 서류떼는 건 간단한 일인 듯 거의 일반내과 외래로 보내집니다.

교수님께서 이런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의견을 모으고 입장을 밝혀주시니 큰 도움이 됩니다 (EndoTODAY 보험). 이런 내용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의사자격증이 발급되어 실제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라 불리는 인턴 기간부터 교육(?)되면 어떨까요? 오리엔테이션에 포함을 시킨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구요. 병원마다 교육내용과 상황이 다르지만 우리의 의료현실은 같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안타깝고 급한 마음에 두서없이 글 드립니다.

[2014-11-21. 이준행 답변]

칭찬으로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형병원 대학교수들도 엄청난 압력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외래 환자 수에 대한 압력, 논문 수에 대한 압력, 교육에 대한 압력, 학회 활동에 대한 압력 등 하루하루가 버겁습니다. 그래서 다들 제일 중요한 일만 합니다. 환자보는 것과 논문쓰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무시됩니다. 사소한 일, detail은 무시됩니다. 그러나, Quality는 Detail에 있는 법입니다.

진단서 쓰는 것도 detail에 해당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제가 진단서 쓰는 법에 대하여 여러 곳에서 강의를 들었지만 한번도 도움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냥 원칙만 말하고 끝나기 때문입니다. Quality는 detail과 adlib에 있는데 기존의 강의가 전혀 커버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여러 상황을 나름대로 정리해가는 중입니다.

의대 고학년이나 인턴 과정에서 진단서 작성법에 대한 orientation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의대 고학년이나 인턴 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진단서 작성에 관심이 없습니다. 당장 복통환자 어떻게 진단하고 무슨 약을 줘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데 진단서에 관심이나 두겠습니까? Orientation에 진단서 쓰는 법에 대한 시간을 넣어도 다들 잠자는 시간으로 씁니다. 오히려 처방 넣는 전산 교육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2) 제대로 강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강사를 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다들 총론만 말하고 각론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전공의는 각론이 궁금한데 교수는 총론만 말하니 도움될 턱이 없습니다. 교수 스스로 진단서를 쓰지 않고 내과 전공의 일반 외래로 돌린다면, 그 교수가 어떻게 진단서 쓰는 법을 강의할 수 있겠습니까? 써보지도 않은 진단서를 어떻게 강의한단 말입니까?

사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처방법에 대한 강의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형식적인 강의 말고 진짜 좋고 유용한 강의 말입니다. 전국에 어느 누구도 '처방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정년 후에 공부할 예정입니다만......

우리 나라는 과대망상증 환자들 천지입니다. 노벨상은 중요하고 진단서 쓰는 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단서 쓰는 법에 대한 좋은 강의, 좋은 orientation는 몇년 안에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후배에서 EndoTODAY를 소개해 주십시요. 감사합니다.


처방은 종합 예술입니다. 그런데 현행 의학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이를 고민하고 연구하자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처방학'입니다.

1. 약물상호작용의 문제: 가슴쓰림과 신물이 있으면 PPI를 쓰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의학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다른 약을 10개쯤 드시고 계신 환자에게 PPI를 추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Drug-drug interaction도 한두개였을 때의 문제이지 십여개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면 머리 속에서 결과를 짐작할 수 없습니다. 운에 맞기는 셈이 됩니다. 문제가 생겨도 어느 것이 진짜 원인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가급적 약을 적게 쓰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Polypharmacy 문제는 제가 생각하는 처방학의 주요 이슈입니다.

2. 복약 시점의 문제: 어떤 약은 식전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어떤 약은 식사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어떤 약은 식후 1시간이 좋다고 합니다. 또 다른 약은 잠자기 직전이 좋다고 합니다. 어떤 약과 어떤 약은 함께 먹지 말도록 권유됩니다. 하루 20알 정도의 약을 먹는 환자가 이 모든 것을 다 지키려면 하루에 약을 10번쯤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이 약 먹는 기계는 아닙니다. 가급적 약을 적게 쓰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만, 어쩔 수 없이 여러 약을 먹어야 한다면 환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누군가는 고민해야 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적절한 투약법을 고민하는 것은 제가 생각하는 처방학의 주요 이슈입니다.

3. 부적절한 장기 처방 문제: 어떤 증상이 있으면 어떤 약을 권유받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없어지면 약을 끊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은 약을 끊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처방학에서는 약을 써야 할 경우뿐만 아니라 약을 끊어야 할 경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복약지도는 약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약사가 지도할 수 없는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처방전에 씌여있지 않더라도 중요한 내용이 많습니다.

4. 약을 드시는 환자의 주의사항: 관상동맥 stent 후 aspirin과 clopidogrel을 드시는 분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술이나 시술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공짜여도 받지 말아야 합니다. 환자가 의사에게 수술이나 시술을 해 달라고 요청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대장내시경이 그렇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한 관상동맥 stent 후 1년이 되지 않아 aspirin과 clopidogrel을 드시는 분은 검진 대장내시경의 적응증이 아닙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검사/시술을 요구하는 환자가 너무 많습니다.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이 발생할 때 인슐린이나 경구혈당강하제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래는 2달 후에 잡혀있는데도 말입니다. 환자는 질병에 대한, 복약에 대한 주의사항을 좀 더 알고 있어야 합니다. 환자에게 어떻게 이런 것들을 전달할지 고민하는 것은 처방학의 중요 이슈입니다. 의사가 한번 짧게 말하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의사가 말했다는 사실보다 환자가 알고 있다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5. 처방 오류에 대하여: 수기로 혹은 전산으로 처방을 입력하다보면 적지 않은 실수가 발생합니다. 왜 실수가 생기는지, 어떻게 실수를 막을 수 있는지 누군가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의대에서는 가르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처방학의 핵심 이슈 중 하나입니다.

6. 투약이외의 처방: 예를 들어 NPO, SOW, SFD, SBD, TD 등 식사처방에 대하여 연구하고 가르치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Vital sign every 4 시간의 문제는 누가 고민하고 있을까요? Vital sign every 6 시간과 every 8 시간은 뭐가 다를까요? Fluid가 필요없는데도 처방받고 있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CBC, chemistry를 매일 처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환자실 환자 중 처방이 50줄이 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두 의미가 있을까요?

이외에도 투약이나 처방과 관련하여 현대 의료, 혹은 현재의 의학교육에서 다루지 않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제가 '처방학'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들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약을 적게 쓰자. 그리고 올바르게 쓰자."

좋은 의견, 잘 정리된 자료에 대하여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References]

1) EndoTODAY 애독자 증례 편지

© 일원내시경교실 바른내시경연구소 이준행. EndoTODAY Endoscopy Learning Center. Lee Jun Ha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