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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모임에 대한 단상]

1. 2014-4-21. 학술대회 발전을 위한 지난 1년의 성과와 향후 발전방향

우리나라에는 많은 학술단체와 학술모임이 있습니다. 문화적 이유와 제도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제반 여건이 달라지지 않는 한 학술단체와 학술모임의 수적 조절은 어렵습니다. 나누기보다 합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비슷한 제목의 심포지엄이 계속 열릴 것 같습니다. 비슷한 정도로 수준 낮은 내용을 반복해서 듣게 될 것이고, 중요한 내용이 계속 간과되는 문제도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소화기 관련 학회라도 이러한 혼란을 벗어나 나름의 존재가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창의력 그리도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수년간 여러 학회의 학술위원과 최근 1년 이상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 학회의 학술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점들을 두서 없이 써 보았습니다. 저의 이런 고민이 우리나라 소화기 관련 학회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1). 학술모임의 계층화

대부분의 학회는 연 1회의 학술대회와 연 1회의 세미나 (혹은 main symposium)가 가장 중요한 학술모임입니다. 이 두 행사를 잘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다른 학술모임들은 비정규행사로 분류하여 차별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 연 1회 학술대회.1년에 한번 열리는 학술대회의 명칭에 춘계 혹은 추계라는 이름은 적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제 X 회 대한상부위장관학회 정기 학술대회" 정도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영어로는 Korean Upper GI Conference (KUGC) 정도입니다. 초록 심사를 통해 선정한 구연과 포스터 발표가 가장 중요한 내용입니다. 이에 덧붙여 소수의 심포지엄, 초청연자 특강, meet-the-professor session 등을 진행합니다.

(2) 연 1회 세미나 (혹은 main symposium). 학술대회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고 논의하는 시간입니다. 구연과 포스터 발표는 하지 않습니다. 정기 학술대회에서 충실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meet-the-professor 시간을 충실하게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Single topic symposium. 상황에 따라 특별한 주제를 별도로 다루기 위하여 비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모임입니다. 지방 회원들의 교육 목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4) Seasonal workshop. 학회 임원과 여러 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학회의 발전 방향을 논하고, 일반 회원들이 참여하는 학술대회나 심포지엄에서 다루기 어려운 specific한 주제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이 진행됩니다. 학술적인 내용 이외의 사회적, 제도적, 인문학적 이슈 등을 다루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듣기보다는 말하기, 토론하기가 중요한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5) 비정기적 간담회. 학회의 여러 위원회에서 업무진행에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하여 개최하는 비정기 모임입니다. 이 또한 듣기보다 말하기, 토론하기가 중요한 시간입니다.


2) 심포지엄 주제 선정

(1) 필수 주제의 계획적 배분. 제가 전공의 시절에 참여하였던 한 학술모임이 좋은 지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염학회에서 준비한 춘추계 집담회였습니다. 감염분야에서 다루어야 할 필수 주제가 선정되어 있었고, 이들을 넷으로 나누어 2년 동안 4번의 집담회에서 모두 한번씩 다뤄졌습니다. 주된 참석자가 내과 전공의였고 3, 4년차가 참석할 수 있으므로 2년 동안 4번의 집담회 구성은 무척 적절해 보였습니다. 물론 모든 집담회가 전공의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집담회마다 미리 정해진 필수 주제 이외의 특별 주제 세션도 있었습니다. 감염학회의 계획적 주제배분 정책은 전공의들이 2년 동안 4번의 집담회를 모두 참석하라는 압력 혹은 동기부여로 기능하였습니다.

(2) 기본과 심화의 균형. 모든 강의의 핵심은 심도조절이라고 생각됩니다. 너무 쉬우면 따분해지고, 너무 어려우면 이내 포기하게 됩니다. 균형이 중요합니다. 쉬운 내용과 어려운 내용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쉽더라도 중요한 것은 늘 복습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새로운 내용은 알기 쉽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내용에 대하여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과 거의 지식이 없는 사람 모두가 나름대로 배워갈 것이 있는 주제가 선정되어야 합니다. 기본과 심화가 1:1 정도면 좋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러한 원칙은 한 세션의 강의 배분과, 한 강의의 내용 구성에 모두 적용되어야 합니다.

(3) 작은 규모의 주제 선정. 비슷한 주제가 여러 모임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거의 같은 수준의 강의를 여러번 듣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크게 도움되지 않는 강의도 많습니다. 차라리 강의 주제를 좁게 잡아서 확실한 자료검토와 토론을 해 나가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물론 학술위원회에서 강사에서 상세한 기획의도를 전달해야 합니다. 매번 부분부분을 상세히 검토하다보면 언젠가 발전된 모습의 큰 그림이 그려지기 마련입니다.

(4) 정규 학술모임과 비정규 학술모임의 주제 배분. 기본적으로 비정규 학술모임의 주제는 정규학술모임의 주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필수 주제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필수 주제는 2년 계획을 사전에 확정하고 이후에는 가급적 변경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제의 선정은 도미노와 같아서 하나를 바꾸면 다음 것도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학술팀에서는 계속 주제의 미세조정에 노력해야 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료 준비나 강사섭외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비정규 학술모임은 제각기 모임을 만든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그 목적에 맞게 주제를 선정하면 그만입니다. 만약 주제와 청중이 너무 겹쳐 문제라면 그 비정규모임은 취소하면 됩니다. 적어도 주제와 청중, 둘 중 하나에서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비정규 학술모임이 열리는 것이므로, 정규 학술모임의 주제가 영향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3. 강사 선정

(1) 강사를 일찍 선정합시다. 실무자의 입장에서 강사를 일찍 섭외하면 장점이 많습니다. 다만 학술행사 스케쥴과 주제가 미리 정해지고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적어도 6개월 혹은 1년 전에 강사 섭외를 마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선진국 대형 학회에서는 2-3년 전 강사섭외를 마치기도 하는데 이는 반드시 배워야 할 정책입니다.

(2) 유명 강사와 신규강사의 조화. 학술모임을 준비하는 위원회에서는 모든 강의가 최고의 강사들에 의하여 매끈하게 진행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미 확립된 유명 강사만 초대한다면 신선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젊고 의욕이 넘치는 신규 강사를 발굴할 기회를 잡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신구조화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신규 강사에게 강의를 의뢰할 때에는 약간의 위험이 따릅니다. 경험이 짧다보니 내용과 시간에 문제가 있기 쉽습니다. 따라서 신규 강사는 전체 강사의 1/3 이하로 배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3) 신규 강사에 대한 지원. 경험이 부족한 강사는 아무래도 강의 준비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학회에서는 신규강사가 초기 경험을 쌓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 비슷한 강의의 요지를 전달한다면 중요한 내용은 요약하여 반복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새로운 내용을 보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텍스트 원고나 강의 PPT 구성 계획을 상의해 줄 mentor도 도움이 됩니다. PPT 최고를 미리 검토하여 의견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규 강사를 모시고 발표 예행연습을 겸한 미니 워크샵을 여는 것은 어떨까요? (젊은 선생님들을 위한 강의법 워크샵 -- Teachers Teach Teachers) 일단 발표 후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하여, 신규 강사는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고 학회는 훌륭한 강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4) 강사 선정의 학교 및 지역 안배. 간혹 강사들이 특정 대학이나 특정 지역에 쏠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주제에 따라 연구자가 대학별, 지역별로 몰리는 것은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여러 주제에 대하여 일반적인 심포지엄을 여는데 대학 혹은 지역 안배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적절한 강사를 모으기 위한 학술위원회의 노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대학별, 지역별로 기존의 강사에게 문의하면 충분히 젊고 유능한 신규 강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문의 균형된 발전과 질좋은 의료의 저변확대를 위하여 학교 및 지역 안배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5) 해외 강사 선정에 주의해야 합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예가 많습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말씀해 줄 선생님을 모시되, 향후 학회활동에도 도움이 되는 분이 좋습니다. 유명하다고 그냥 모시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유명 연구자가 유명 강사는 아닙니다.

(6) 많은 경우 좌장 선생님께 5 분 정도 introduction을 부탁하면 좋습니다.


[FAQ]

[2017-10-19. 이준행] 무보직 평교수의 꿈을 향하여

15년 동안 여러 학회의 여러 모임에서 학술 위원으로 혹은 학술위원장으로 일했습니다. 이제는 대외 활동을 줄이고 내실을 기할 때라 생각되어 모든 학회의 위원 혹은 위원장 직책에서 물러났습니다. 단 하나 위암 학회 '특임 이사'만 남았습니다. 무임소 이사이므로 특별한 일은 없고 매달 회의에 나가 의견을 내는 정도일 뿐입니다. 꿈에 그리던 '무보직 평교수'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학회나 집담회에 열심히 참여하고 자주 발표하는 등 학회의 평회원으로서 살아볼까 합니다. 12월 12일 내시경학회 집담회에 제가 직접 증례 발표를 할까 합니다. 집담회 증례는 왜 전공의나 fellow 들만 발표하는 것일까요? 교수가 직접 발표하면 안 될까요? 그 증례에 대하여 '나이나 직책을 떠나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발표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일까요? 이번 증례는 제가 진료했던 분이고, 마침 제 전공분야이기도 하여 제가 발표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Fellow 사이에 끼어서 발표하게 될 것 같아 조금 민망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제가 해야 되겠습니다. 제가 가장 잘 아는 환자니까.

어제는 내시경학회 학술위원회 상부팀장으로서 마지막 학술위원회에 참석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폭탄주 - 20년간 계속 마셨고, 한때는 매우 좋아하였었고, 여전히 즐기고 있는, 그러나 이제는 거의 할 기회도 없는 폭탄주- 를 몇 잔 했습니다. 2017년 8월 내시경 세미나에 대한 총평이 있었습니다. 세션과 강의에 대한 설문지 결과 발표가 있었는데요... 제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세션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마침 제 발표가 회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강의로 평가되어 나름 뿌듯했습니다. '위장관 기생충' 강의가 청중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2017년 8월 내시경세미나 강의 동영상

학술위원장으로 한창 일하던 2014년 학술대회 발전을 위한 지난 1년의 성과와 향후 발전방향을 고민하면서 써 두었던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성취한 일도 있지만 이루지 못한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약간 아쉽기도 합니다. 여하튼 여러 후배 선생님들이 저보다 더 잘 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 일원내시경교실 바른내시경연구소 이준행. EndoTODAY Endoscopy Learning Center. Lee Jun Ha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