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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독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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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Design 2014년 7월호 24쪽] 디자이너 김희원이 말하는 나만의 클래식 디자인 - 라이카 M6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공간이나 제품을 디자인하는 김희원은 요즘 필름 카메라로 주로 작업한다. 작업에 필요한 네거 필름이나 슬라이드 필름을 구하려고 하는데, 해가 갈수록 찾기가 어렵단다. 캄라 판매 관계자들은 필름을 찾는 사람이 없으니 앞으로 생산이 중단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희원은 필름 카메라 시대가 끝나기는 했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제아무리 좋은 DSLR 카메라라고 하지만 필름 카메라만이 풍기는 매력을 따라갈 수 없으니까.

필름카메라를 선호사는 그는 수많은 종류의 카메라 중 라이카의 M6를 꼽았다. 기능에만 충실한 군더더기 없는 형태가 완벽 그 자체라고. 라이카의 M6는 1984년부터 2002년까지 생산됐는데 지금껏 나온 라이카 모델 중 가장 많은 에디션을 가진 모델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망할 뻔한 라이카 기업을 구덩이에서 끌어 올린 모델이기도 하다.

많은 디자이너가 라이카의 M6를 클래식 디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정작 M6는 디자이너 없이 100% 엔지니어의 필요에 의해 디자인됐다. 거추장스러운 기능은 빼고 효율적 생산과 사진 품질에만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 기능에 충실한 형태가 가장 좋은 디자인을 만들었다.


[2014-10-3. 경향신문] 국제행사할 돈으로 차라리 유치원을

'국제행사할 돈으로 차라리 유치원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이젠 제발 겉치레 행사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뿐만 아닙니다. 의학계도 겉치레 국제행사가 너무 많습니다. 제도를 잘 못 만든 사람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용할 것이 아니라...

인천 아시안게임이 4일 폐막한다.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는 막을 내리지만,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들을 우리 사회에 남겼다.

국내에서 유치한 스포츠 경기 등 국제행사는 갈수록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대회 내내 구설이 끊이지 않다가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막을 내릴 처지다. 대회 유치에 따른 수십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등 ‘장밋빛 전망’은 그저 구호로만 남게 됐다. 인천시는 주경기장 등 17개 경기장을 새로 짓는 데만 1조2800억원을 쏟아부었다. 각종 시설은 보수·관리 탓에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4-10-6. 경향신문] 성역 없는 진상규명, 진상 없는 성역규명

"특별법'에 정신이 팔려 '세월호'를 잊고 있었던 것"이라는 말에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 왔던 것일까요? 세월호 참사에 단 하나의 근본원인이 있을까요? 그것만 고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그런 '진상'이 있을까요? 존재하지 않는 '근본원인'을 찾기보다는 효과적인 예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노정태의 별별시선' 최근 기고를 일부 옮깁니다.

그런 요구를 상대방이 받아줄 턱이 없다. 설령 야권이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을 모두 압승했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선거에 졌기 때문에 세월호특별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기보다는, 통과시킬 수 없는 법을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시켰기 때문에 선거에서 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논의의 초점은 어느새 세월호에서 박근혜로 넘어가 버렸다. 닳고 닳은 표현을 빌리자면 ‘프레임’을 빼앗긴 셈이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특별법'에 정신이 팔려 '세월호'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2014-10-7. 중앙일보] 우선은 반도체... 삼성 다음 한 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래프입니다.

[2014-10-7. 경향신문] ‘안나 카레니나 법칙’의 한국 금융

“행복한 가정은 다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제각각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베스트셀러 <총, 균, 쇠>에 인용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풀이하자면 이렇다. 성공(행복)을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을 모두 갖추어야 하므로, 성공한 사람은 다 비슷해 보인다. 속된 말로, 능력 있고, 성실하고, 잘생기고, 부모 잘 만나고, 운도 좋아야 한다. 반대로,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실패(불행)하기 십상이니, 실패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는 뜻으로 비약하지는 않겠다. 다만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을 구상할 때 명심해야 할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즉 하나의 근본적 원인을 지적하면서 하나의 만병통치약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다른 원인(들)을 악화시킬 수 있고, 그러면 더 깊은 실패의 수렁에 빠져들 뿐이다.


[2014-10-9. 데일리메디] 한국 의료는 비정상의 전형이 됐다

송 교수는 먼저 "공적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진료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으로 의료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의료운영 자본은 공급자 몫으로 의사 희생이 반드시 필요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균형적인 구조는 사적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가 정부의 통제 구조에 갇혀있는 모순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의료계 목소리를 대변할 의료정치의 부재가 문제를 키워왔다고 피력했다.

의료계가 "사회적인 고립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의료계가 국민은 물론 정당, 언론, 비정부기구 등과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다.


[2014-10-9. 경향신문] 촌에서 공부하고 학교 다녔더니... 노벨상 주더라

과학계, 특히 물리 분야에서 일본의 위상은 대단합니다. 2014년 노벨 물리학상도 세명의 일본인에게 돌아갔습니다. 그 중 한 분인 나카무라 슈지 교수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특히 제가 관심을 가지고 읽은 부분은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해보자’라고 작심했다는 부분과 '자신만의 연구를 중시한 그는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논문을 읽지 않았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trend에 예민하고 남의 평가를 중시합니다. 상공업에서의 trend는 미래의 유행을 미리 알고 준비하여 큰 돈을 모으는 기회를 줍니다. 그러나 학문에서 trend에 몰두하면 originality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의학에서 trend에 집착하면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연구보다는 미국 국민에게 필요한 연구에 빠지게 됩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얼마나 많습니까? SCI를 위한 연구가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 국민을 위한 의학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우리의 데이타가 이런 저런 이유로 천시받는 세태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나카무라 교수의 고집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봅니다.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교수(60)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이 주목을 끌고 있다. 수상 소감에서 ‘촌놈’임을 유난히 강조한 그는,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에 모든 힘과 혼을 쏟아붓는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을 발휘해 전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해보자'고 작심한 그는 1988년 사장과의 담판 끝에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청색 LED 관련 연구 허가를 받아냈다. 그러나 실험장비를 스스로 조립해서 써야 할 정도로 연구환경은 열악했다. 하지만 그는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연구에 매진, 39세 나이에 세계 최초로 청색 LED 제품화에 성공했다. 학업도 병행해 1994년에는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이 결정된 이후 ‘가장 감사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회사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연구를 인정하고 투자해준 니치아화학공업의 창업자인 오가와 노부오(2002년 작고) 전 사장이라고 대답했다.


이원복 교수가 쓴 만화를 보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주인어른, 서비스가 무엇이옵니까?" "이놈아, '서투른 비위맞춤은 스스로 망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신정근 교수 컬럼 <거일삼반(擧一三反)과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한국어판 창간호)]

Harvard Business Review 한국어판이 창간되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퀄리티혁신실 QPS 도서관에서도 즉시 구독신청을 했습니다. 글자가 너무 작아 돋보기 없이는 책장을 넘기기 어려운 지경이었지만 내용이 풍부하다는 것은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번역은 형편없었습니다. 급하게 번역한 모양입니다. 초벌 번역 수준이라고 할까.... 늘 궁금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놀랍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와는 수준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하바드는 하바드입니다. 아직은...

'복잡한 시대에 주목할 만한 마음 챙김의 미학'으로 번역된 Ellen Langer 인터뷰 기사 'Mindfulness in the Age of Complexity'의 일부를 옮깁니다. 복잡한 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마음을 추수리라는 이야기 같습니다. 이야기는 멋지지만 실제로 잘 될련지......

And when you're upset about something?maybe someone turned in an assignment late, or didn't do it the way you wanted?ask yourself, "Is it a tragedy or an inconvenience?" It's probably the latter. Most of the things that get us upset are.

I also tell people to think about work/life integration, not balance. "Balance" suggests that the two are opposite and have nothing in common. But that's not true. They're both mostly about people. There are stresses in both. There are schedules to be met. If you keep them separate, you don't learn to transfer what you do successfully in one domain to the other. When we're mindful, we realize that categories are person-constructed and don't limit us.

Remember, too, that stress is not a function of events; it's a function of the view you take of events. You think a particular thing is going to happen and that when it does, it's going to be awful. But prediction is an illusion.

어떤 일로 인해 몹시 화가 났을 때(직원이 서류를 늦게 제출했거나 지시한 대로 일하지 않았을 때처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십시오. "이 일이 큰 재난인가 아니면 그저 좀 불편한 일인가?" 아마도 후자일 것입니다. 우리가 화를 내는 일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일과 사생활의 '균형'이 아닌 '통합'을 권유합니다. 균형은 일과 사적인 삶이 서로 적대적이며 공통점이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일과 사생활은 대부분 사람과 관련돼 있습니다. 양쪽 영역 모두에 스트레스가 존재하죠. 또 일정을 맞추고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일과 사생활을 별개의 것으로 여기게 되면 한 영역에서 거둔 성공을 다른 영역으로 가져갈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마음 챙김을 실행하면 이러한 구분은 누군가 임의대로 지어버린 것일 뿐이면 이로 인한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되지요.

스트레스가 어떤 일들의 작용으로 생긴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도 잊지 마십시오. 스트레스는 어떤 일들에 대해 자신이 선택한 관점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어떤 특정한 일이 일어날 것이며 그 일이 일어나면 끔찍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측은 환상일 뿐입니다.


[관찰의 힘 (Hidden in plain sight) - 얀 칩체이스]

얀 칩체이스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함은 "글로벌 혁신 컨설팅 회사, Frog Design의 글로벌 인사이트 chief creative director"입니다. 디자인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며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여 제품 디자인과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물론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릅니다. 많이 안다고 잘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얀 칩체이스는 휴대전화 회사 Nokia에서 10년 이상 서비스디자인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회사는 서비스디자인을 못 해서 망한 회사입니다. 서비스 디자인으로 망한 회사의 서비스 디자인 전문가로부터 뭘 배운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기는 합니다. 258쪽 내용이 그 예입니다. 정말 그럴까? 여하튼 일부를 옮깁니다. (2014-3-15. 이준행)

미니 홈피와 같은 흥미롭고도 독특한 기술이 세계무대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이 흥미로운 제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것의 진가는 존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거기에서 비롯된 통찰력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을 헤쳐 나갈 때에야 비로서 그 제품의 진가가 발휘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인간 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이 없다면 제품 및 브랜드와의 관계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여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인간 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이 없다면 제품 및 브랜드와의 관계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258쪽) 특정 소비자층의 구체적인 욕구를 위해서 새로 완벽하게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중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조금씩 바꾸어서 기존에 출시된 퓨대전화 모델을 계속 파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맹 소비자들을 압도할 것이라고 추정했던 난이도 장벽은 사실 소비자가 폭넓은 사회관게망과 친절한 행인의 도움을 이용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졌다. 약간의 도움을 받을지라도 기존의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이 그들의 특수한 요구에 맞게 제품을 최적화시키는 것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최적'으로 디자인된 제품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누구에게 최적이면 무슨 목적에 최적인지 파악해야 한다. 여러 분야에 따라 '최적'은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더 고품질로, 더 튼튼하게 라는 다양한 의미로 쓰일 수 있다. 최적성이 하나로 통일된 개녀미 아니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그리고 누가 결정을 해야 할까?

[2011-8-21. New York Times] Decision fatigue (link2) ... 빈번한 의사결정이라는 정신적 노동으로 오는 결정피로 (decision fatigue) 때문에 내공이 쌓인 사람들도 흔들리기 쉽다고 한다.

연구가 끝나고 1년 정도 지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를 격려하고 도왔던 동지애와 연구를 마감하면서 보냈던 휴식시간이다. 좋은 추억을 만들라.


독서 방법은 다양합니다. 요즘은 독서를 통하여 힐링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왠지 저는 힐링독서를 하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근본원인은 제거하지 않고 화장만 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최재천 교수가 이야기하는 '기획 독서'가 제 취향에 가깝습니다.

[2014-10-30. 한국일보. 인간에 대한 해답과 문명의 지속 위해, 학문의 통섭은 필연 ]

“자연과학도가 인문학 소양을 갖추기는 가능해도 그 반대는 어렵다. 자연과학은 입문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배우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해결책으로 독서를 권한다. 힐링용 취미 독서가 아니라, 나에게 부족한 분야를 붙들고 씨름하는 기획 독서를 권한다.”


병원의 환자안전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로 신문에 실린 안전 관련 기사는 꼼꼼히 읽는 편입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들 안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 '건축사'들의 글을 가장 좋아합니다. 실제적으로 도움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안전에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전에는 불편이 따른다는 것을... 안전은 그리 멋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꼭 필요하다는 것을...

사실 건축사들은 안전을 의식하면서도 항상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늘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 최근 어떤 건축사의 글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너무 좋아서 전문을 옮깁니다. 개인의 안전의식이 중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안전한 시스템이 더욱 중요합니다. 개인의 안전의식만 강조해서는 절대로 안전해지지 않습니다. 이 점을 설득력있게 쓰고 있습니다.

[2014-10-30. 경향신문. 위험한 것이 안전해 보이면 잘못된 디자인]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로 다시 우리의 안전의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애초에 사람이 올라가지 않아야 할 곳에 무분별하게 올라 위험을 자초했다는 비난마저 들리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더라면 환풍구에 올라가는 일이 생명을 빼앗길 만큼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가 공연을 보았으면 하던 차에 한두 명이 허리 높이쯤의 환풍구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본다면 무심코 따라 올라서지 않았을까?

1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사고의 책임에 대해선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겠으나, 건축가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위험한 물건(구조물)이 위험하지 않은 척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문제다. 인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구조물은 스스로 위험하다는 점을 표출하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시철조망이 쳐진 울타리 안에서 가축들은 뛰어넘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시에 찔리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버섯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독을 품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화려한 색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환풍구는 약간의 올라서는 수고만 감수하면 무대를 감상할 수 있는 디딤판으로 보였을 뿐이다.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구조물로는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거리 등 공공환경에 놓이는 구조물이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시민들에게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고는 언제라도 재현될 수 있다. 위험한 물건은 위험해 보여야 하고,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안전해져야 한다.

건물마다 설치되는 환풍구를 다수의 사람들이 올라서도 안전하도록 만들거나 아예 수m씩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환풍구가 놓이는 위치나 크기에 따라 시각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러한 방법이 부적절하다면 환풍구 스스로 위험을 알릴 수 있도록 디자인하자.

자, 환풍구 덮개를 경사로 설치하면 어떨까. 환풍구가 놓이는 위치를 고려해 한쪽 벽을 더 높여 만든다면 사람들이 올라가는 것이 ‘위험해’질 것이며, 겨우 올라선다 해도 다수의 사람이 머무는 것은 불가능하다. 30도 이상 경사를 두어 환풍구를 디자인한다면 여기에 오르는 일이 위험하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위험해 보이는 것은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 위험한 물건이 안전한 것처럼 보인다면 명백한 잘못이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이 특별히 안전에 불감하다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환풍구에 올라선 것도 아니다. 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위험한 구조물이 그들에게 위험해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이러한 착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공공디자인에서 우리가 더욱 세심해져야 할 이유다. 건축가로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 일원내시경교실 바른내시경연구소 이준행. EndoTODAY Endoscopy Learning Center. Lee Jun Ha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