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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stric cancer 730 - 그래도 내시경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저의 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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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원에서 위암 전문 내과 교수로 사는 것은 무척 특이한 일입니다. 제가 직접 어떤 병을 처음 발견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뭔가를 처음 발견하여 조직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보는 경우는 저로서는 드문 일입니다.

누군가 이상한 소견을 발견하여 환자를 의뢰해 주면 저는 자료를 바탕으로 뭔가의 결정을 내려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소견이 있는데 조직검사 결과 없이 저를 찾아오는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암이 의심되었는데 암으로 나오지 않았다거나, 전혀 암을 의심하지 못했는데 암으로 나와서 second opinion을 구하는 경우는 간혹 있습니다. 여하튼 조직검사를 가지고 옵니다. 조직검사 결과 없이 내시경 사진을 보고 고민하는 예는 별로 없습니다. 한 20년 동안 이렇게 살면서 저도 모르게 나쁜 습관이 생겼습니다. 내시경 사진을 보고 곰곰히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딱 봐서 모르면 그냥 대강 적어두고 조직검사를 기다리는 나쁜 습관 말입니다.

3월에는 내시경실의 인력이 부족하여 다양한 환자의 진단 내시경이나 평소에 하지 않던 온갖 잡다한 치료내시경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오전에 신초진 환자 17명을 포함하여 68명의 외래 환자를 진료하였고, 이어서 ESD를 3개 (선종 하나와 위암 2개)하였고, 이어서 대장암 수술을 위하여 dye injection으로 marking을 하였고, 식도암 RT를 위하여 clipping으로 marking을 하였고, 몇 개의 대장내시경을 하였습니다. 잠시 회진을 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교수 연구실에서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검토하였습니다. 어제 검사한 결과 하나를 보았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조직검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위암 수술과 melanoma 치료 병력이 있던 환자의 위 내시경입니다. Remnant stomach에 이상하게 생긴 elevated erosion 양상의 병소가 보였습니다. Dark pigmentation 된 부위는 없었습니다. 우측 사진은 저의 한심한 내시경 결과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대강 기술하고 erosive gastritis라는 impression을 붙였습니다. 평범한 erosive gastritis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찬찬히 고민하는 과정을 생략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우측 사진, 제가 쓴 한심한 내시경 결과지입니다.

조직검사 결과 두 곳 모두 metastatic melanoma로 확인되었습니다. 창피한 일입니다. 좀 더 천천히 생각하여 조심스럽게 impression을 붙여야 했는데… 내시경을 하다 보면 늘 반성하게 됩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하게 되는 것이 내시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내시경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저의 業입니다.

© 일원내시경교실 바른내시경연구소 이준행. EndoTODAY Endoscopy Learning Center. Lee Jun Haeng. (20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