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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 Random id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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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전문가로 살아가기

2017년 11월 5일 운동학회 심포지엄에서 김나영 교수님으로부터 '대국민 건강 선언문' 2권을 받았습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최근 나온 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책과 함께 한눈에 보는 실천수칙표도 받았습니다. 10가지가 추천되었습니다. (1) 금연하기, (2) 절주하기, (3) 균형식하기, (4) 적절한 신체운동하기, (5) 규칙적 수면 취하기, (6) 긍정적 사고방식 갖기, (7) 정기적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챙기기, (8) 스트레스 관리하기, (9) 미세먼지와 신종 감염에 대해 관심 갖기, (10) 모바일 기기와 거리두기.

그 중에서 긍정적 사고방식 갖기 - 작은 일에 감사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1. 작은 일에도 감사한 마음 갖기
  2. 남과 비교하지 않기, 스스로 행복하기
  3. 행복은 원만한 관계로부터! 공감 + 소통 + 그리고 배려!

관련 기사 하나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2017-6-30. KBS news] 식사 때,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 그만

집에서 차분히 책을 펼쳐보니 김나영 선생님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유연성있고 정직하게 반응 보이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습니다."라는 칭찬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정직하게...... 예, 감사합니다. 더욱 정직한 전문가로 살아가겠습니다.


[2017-11-10] 오랜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습니다. 매우 작은 위점막하종양 의심 상황이었습니다. 몇 가지 질문에 대하여 답변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CT 판독지에 'no change of ...'가 씌여 있는데 왜 과거 검사에서는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을까?" 부분은 쉽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주저리주저리 길게 답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싸구려 저질 의료... 언제나 정상화 될련지...

"왜 과거에는 이야기해 주지 않았냐는 질문은 대답이 어려워. 현대 의학은 검사를 하면 온갖 소견이 나와. 그걸 다 설명하면 환자들은 보통 기절을 하지. 모든 가능성을 다 설명하면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 잠을 설치기 마련이지.

그래서 의사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문의하신 그 분의 경우는 다른 부위 암 재발여부가 핵심 이슈이지. 나머지는 의사가 판단해서 종합적으로 이야기 하는 거야. 그러니 알면서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같은 소견에 대해서도 어떤 의사는 사소하게 취급하고 어떤 의사는 좀 중요하게 해석하기도 해. 의료에서는 자세한 게 꼭 좋은 것도 아니야. 이 말 이해할 수 있겠니? 약간 대충이 더 좋을 수도 있는 것이야. 사소한 것들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면 끝없이 많은 검사와 끊없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어.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의 이유가 되지. 너무 자세히 해 달라고 요청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야. 그래서 균형이 중요하지.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딱 여기에 해당해. 간혹 말하지 않은 것이 나중에 이슈가 되면 환자들이 섭섭해하는데 이는 어쩔 수 없어. 의사의 운명 같은 것이야. 늘 욕을 먹게 되어 있어.

현실적으로는 2-3분 진료 시간에 자세히 말할 수도 없어. 다 말하고 이해시키려면 30분도 모자라지. 나는 보통 오전에 환자 50명을 보는데 이건 완전 미친 짓이야. 차분히 진료하려면 10명도 많아. 매일 미친 짓이 벌어지는 곳이 우리나라 병원이야. 어디나 다 그래. 예외가 없어. 그래서 세계적인 웃음거리야. 내가 초등학교 4학년때 한반이 70명이었고 게다가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공부했었어. 너도 비슷했을 거야. 40년 전 우리 모습이지. 그때는 그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어. 다 그랬으니까. 요즘 아이들은 한 반에 25명이더군. 우리 의료는 아직 40년 전 그 수준이야. 3분에 한 명. 4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 싸서 좋기는 한데 완전 시장통이야. 식당이라고 치면 맛은 생각할 수도 없고 굶지 않으면 다행인 뭐 그런 상황이지. 너도 잘 알지 않니? 그게 우리 현실이고 점점 악화되고 있는데 참 한심해. 한 병원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국가 차원의 의료정책 이슈야. 질(quality)을 따질 것인가 가격을 따질 것인가? 나는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하나만 고른다면 질이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또 연락해. 여하튼 반갑다. 건강하고."


[2017-11-14] 하나씩 바꿔갑니다. 1년차 장기 자랑.

세상의 변화를 멀치감치 앞서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한참 뒤늦게 따라 가면 곤란합니다. 적어도 박자를 맞추거나 혹은 약간 앞서 가야 문제가 안 생깁니다.

연말입니다. 송년회 시즌이지요. 내과 송년회에서 1년차 전공의들이 장기자랑 삼아 노래나 율동을 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었습니다. 준비하면서 서로 친해지는 면도 있었습니다. 추억도 되구요. 그런데 세상이 바뀌어 그런 것들이 적폐 취급을 받습니다. 일과 후 저녁에 모여 뭔가를 준비하도록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자발적이어도 안됩니다. 동의합니다.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전공의 장기자랑을 없앴습니다. 일전에는 술문화를 바꿨습니다. 앞으로도 바꿀 것이 많습니다. 하나씩 바꾸겠습니다.


늦가을. 올해도 감이 잘 익었습니다.

2017-11-11. 우면산.


예일회 전시회 (2017-11-18.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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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5] 기생충에 대한 연합뉴스 기사에 제 인터뷰 내용이 소개되었습니다.

판문점에서 북한군 병사가 귀순하면서 총격을 받아 이국종씨가 수술하는 과정에서 회충이 발견되어 기생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연합뉴스에 김길원 기자의 기생충이 북한에만?…"우리도 100만명 추정"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가 김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기생충, 특히 회충과 간흡충에 대하여 설명한 내용이 맨 아래에 소개되었습니다. 인터뷰 과정에서 며칠 전 EndoTODAY 애독자께서 알려주신 기생충 유병률에 대한 최신 자료를 김기자에게 알려주었는데 그것이 제목(우리도 100만명 추정)으로 뽑혔더군요. 저는 2013년 8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30만명 추정이라고 정확히 설명드렸는데... 여하튼 타이틀은 100만명으로 나왔습니다. 기생충 유병률 최신 자료를 알려주신 애독자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기사의 일부 내용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특히 간흡충을 예방하려면 생선을 날고 먹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또 여행 때에는 사전에 예방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는 부분은 누가 조언을 했는지 모르지만 틀린 내용입니다. 간흡충을 예방하려면 민물고기를 날로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바다생선은 관련이 없습니다. 여행 때 사전에 예방약을 복용하는 것은 말라이라에만 해당하는 것입니다. 말라리아도 기생충의 하나이지만 이번 기사가 다루고 있는 회충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번 기사의 댓글을 보면 우리 국민들이 기생충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극과 극의 반응입니다. 여하튼 기사 전문을 옮깁니다. 과거에는 회충 감염증을 정상 혹은 신성한 일로 생각하였다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조선시대 '인룡'으로 불리다 한국전쟁 이후 실체 알려져
요즘은 회충보다 '간흡충' 많아…"건강검진 대변검사 중요"

귀순한 북한 병사를 구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기자회견 당시 "소장에서 수십 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됐다"고 언급한 게 다시금 기생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귀순 병사의 기생충 발견 사실을 공개한 게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고, 이에 의료계가 김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기생충에서 비롯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진 모양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조정래의 소설 '한강'에는 구충제를 복용한 뒤 대변에 섞여 나온 기생충을 마주한 아들과 어머니의 대화가 들어 있다.

『 "워매, 요것이 뭐시다냐!"
막내 옆으로 다가서던 월하댁은 질겁을 하며 물러섰다.
큰 감만한 것, 그것은 회충의 덩어리였다. 희읍스름한 회충들은 서로 뒤엉켜 느리게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어찐가? 비암보담 더 무섭제?"
어머니도 놀란 것에 만족한 선진이는 어머니를 올려다보며 쌕 웃었다.
"워따, 시상에나 징허고 징해라. 저것이 다 니 속에서 나왔다는 것이여? 글 안 해도 잘 묵도 못하는 속에 저런 잡것들이 들앉어 진기럴 뽈아내니 항시 히놀놀해갖고 지대로 크기럴 허냐, 지대로 피기럴 허냐, 개잡녀러 것들!"
월하댁은 저주하듯 세차게 침을 내뱉고는 돌아섰다.』

전국 규모의 기생충 감염률 조사와 투약이 이뤄지고 회충이 모습을 드러낸 60년대 이후 대다수 국민의 반응은 이랬다.

서울대의대 인문의학교실 연구팀(정준호, 박영진, 김옥주)이 지난해 대한의사학지에 발표한 논문(1960년대 한국의 회충 감염의 사회사. Korean J Med Hist 2016;25ː167-204)을 보면 조선 시대만 해도 사람들은 회충(蛔蟲)을 인간의 중심, 즉 몸 한가운데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람이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모든 기능을 지배하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고 믿은 것이다. 이런 인식으로 사람들은 배가 아프면 성난 회충을 멸하는 대신 조용히 잠재울 방도를 찾았다. 이는 임금도 마찬가지였다. 영조 37년 승정원일기에는 영조가 회충을 토한 뒤 "회충은 사람과 함께하는 '인룡'이다. 천하게 여길 것이 없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몸속에 기생충이 창궐했던 이유는 한국인의 주식인 곡물과 채소에 인분을 비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암컷 회충 한마리의 산란수를 10만개로 쳤을 때 인분을 통해 전국의 채소와 곡물에 뿌려지는 회충알이 15조개나 된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였으니 '한국 안에 회충알이 없는 땅은 한 치도 없다'는 말이 나올법한 대목이다.

실제로 2011년 발굴된 조선 시대 사대문 안의 토양 시료에서는 기생충 알이 다량 확인됐다. 개천 바닥이나 골목 배수구뿐 아니라, 육조거리(현 세종로)나 종묘 광장 등 번화하고 개방된 곳까지 다수 관찰됐다. 이미 조선 시대부터 토양에 다량의 기생충 감염 위험이 누적돼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1950년대를 지나며 한국전쟁의 경험, 위생 관념과 약품의 발달 등으로 한국인들은 점차 회충과 수치심을 연결짓기 시작했다. 회충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가 '정상'으로 규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한국전쟁에서는 실제 배 속에서 위해를 가하는 회충을 본격적으로 목격하게 됐다. 복부에 관통상을 입을 때면 어김없이 회충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비 온 뒤 웅덩이에 보이는 지렁이처럼 천천히 꿈틀대고 있었다"는 비유도 있었다고 이 논문은 소개했다.

당시 한국전쟁에 파견된 간호사 제네비에브 코너스는 "수술 시작 후 10분 이내에 7∼8마리 정도는 나왔다. 기생충들이 기어나올 때면, 그대로 집어 들어 양동이에 던져 넣고 수술을 계속했다"고 증언했다. 연구팀은 "기생충에 대해 외부에서 가해진 경멸은 회충 감염 사실을 당연한 것에서 수치심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기존에 정상으로 여겨지던 상태를 '비정상'으로 바꾸어 놓았다"면서 "'회충은 체내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공고한 개념을 무너뜨리는데 수치심의 시각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인에게 회충, 구충, 편충으로 대표되는 장내 기생충은 농업이 산업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던 1960년대까지 전 국민의 질병이었다. 때문에 기생충학자들은 한국을 '기생충 왕국'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1963년 대중들에게 회충 감염에 따른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963년 10월 9세 아동이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복통 끝에 입으로 회충을 토해낸 것이다. 당시 수술로 장에서 제거한 회충은 총 1천63마리, 4㎏에 달했다. 회충 제거는 성공적이었지만, 결국 아동은 회복하지 못하고 수술 후 9시간 만에 사망했다.

9세 아동의 장에서 제거한 회충의 모습. 총 1천63마리, 4㎏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 서독 광부와 간호사 파견 사업이 기생충 감염 때문에 취소될 뻔한 사건도 기생충에 대한 사회적 충격을 더했다. 이후 1964년 기생충박멸협회가 설립되고 1966년 기생충질환예방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전국적인 기생충 박멸 사업이 시행되면서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빠르게 낮아졌다.

하지만 지금도 기생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의 장내기생충감염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생충 감염률은 1971년 84%에서 1997년 2.4%로 낮아진 뒤 2004년 3.67%, 2013년 2.6%를 각각 기록했다. 전 국민으로 환산하면 아직도 100만명 넘게 기생충을 가진 셈이다.다만, 기생충의 종류는 달라졌다. 회충과 요충 등의 선충은 거의 보이지 않는 대신 민물고기 생식이 원인인 간흡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세다.

이준행 삼성서울병원 내과 교수는 "기생충 감염을 과거의 질병으로 생각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생활양식의 변화로 과거에는 중요시하지 않던 기생충 감염은 되레 늘고 있다"면서 "기생충질환 예방을 위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대변 채취의 어려움 등으로 건강검진시 대변을 가져오지 않는 검진자들도 꽤 있는 편"이라며 "대변검사를 하면 기생충이 서식하는지를 확인하고 대장암 선별검사도 가능한 일석이조의 효과 있는 만큼 건강검진 때 대변을 채취해 검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생충질환을 예방하려면 위생적인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출 후, 식사 전에는 꼭 손을 씻고, 야채도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한다. 특히 간흡충을 예방하려면 생선을 날고 먹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또 여행 때에는 사전에 예방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다만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사람이 구충제를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다.


솔직하고 좋은 만화가 있어서 옮깁니다. 의료도 전문기술입니다. 전문성에 걸맞는 비용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에 동감합니다. 언제까지나 의료인의 희생정신에만 의존하여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없습니다. 합리적으로 없앨 것은 없애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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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원내시경교실 바른내시경연구소 이준행. EndoTODAY Endoscopy Learning Center. Lee Jun Haeng.